수출 확대 이상 중요한 것이 수입 축소다
2009-03-18 정하영
예상보다 깊고 긴 침체가 계속되면서 ‘살아남은 강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의 살아남기 전략은 크게 비용을 줄이고 판매, 특히 수출을 확보하는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최근의 고환율은 우리 철강재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비교적 현실성이 있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환율이 높았던 IMF 시절 수출로 어려움을 비교적 쉽사리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수출시장은 IMF 때와 다르다. IMF가 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들에 제한된 금융위기였지만 현재는 전 세계적인 동반 불황으로 수요 자체가 크게 줄었다.
이미 전 세계 철강사들은 수요 급감을 인지하고 가동률을 낮게 가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철강 시장은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우세한 상황이다.
가동률 축소도 생존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세계 철강사들은 너도나도 수출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기존의 수입국들은 자체 수요를 지키기 위해 수입규제의 묘안을 짜내고 있다.
수출의 경우 중국 일본 우리나라에 이어 CIS가 시장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섬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쟁 심화는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이익 확보가 쉽지 않은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다.
그 가격 하락의 주된 경쟁자가 종전에는 중국 철강사들이었다면 최근 들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CIS 철강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열연강판 국제가격이 톤당 500달러 아래로 내려간 주원인이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이었다면 최근 400달러 이하 오퍼를 최초로 제안한 것은 역시 CIS 철강사들이다.
세계 철강 시장에서 철강재 가격이 이렇듯 거침없이 내려간다면 아무리 원/달러 환율이 높아도 우리 철강사들에게는 실익이 거의 없다. 하지만 가동률 확보를 위한 것이라면 수출은 그래도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수출 지역과 제품을 다변화하고 유력한 바이어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확보하는 등 아이디어와 노력 여하에 따라 수출량 확보는 분명 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수출확대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국내 시장을 지켜내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의 철강재 수출은 2,079만톤 수입은 무려 2,894만톤이다. 수입만 줄여도 수출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의 이런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출에 비해 수입량이 작은 대표적 국가는 일본이다. 그들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저가의 수입제품을 거부하고 고가의 국산 철강재를 사용하는 일본 수요가들, 그리고 철강사들은 과연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볼 일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