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후판 공급과잉 시대를 대비해야

2009-03-29     정하영

  국내 철강업계도 전 세계 경제 침체의 여파로 불황극복의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비교적 높은 수출경쟁력으로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출확대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세계 철강사들은 신속하게 감산체제로 전환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깊고 긴 불황으로 주문 급감이 계속되면서 가동률 저하로 현금창출이 어려운 상황까지 몰리게 됐다. 결국 최소한 EBITDA 수준 이상의 가동률 유지를 위한 수주량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각 국은 국내를 지키고 해외를 개발하는, 다시 말해 수입을 저지하고 수출을 확대하는 불황 극복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물론 시장경제 논리나 WTO 규정은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다. 
  여하튼 국내 일각에서도 수입 철강재의 유입을 가능한 저지하고 수출을 확대해야 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의도와 함께 수요가와 철강사들의 가동률 저하로 수입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월까지의 철강재 수입은 물량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46.3%가 줄었다. 특히 철강사들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열연강판은 무려 58.7%가 감소했다. 

  그런데 이 수입 감소는 앞서 언급한 국내 시장 보호 차원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국내 공급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까지 열연강판 55만톤 정도가 수입됐으며 반제품의 경우에도 78만톤 이상이 유입됐다.  

  적지 않은 수요가들은 향후 시황이 호전되고 정상적인 생산판매가 가능해졌을 때, 과연 국내산의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학습효과를 간과할 수 없어 기존 수입선과의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철강사들의 상공정 투자는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로 2010년부터 열연강판 300만톤, 후판 150만톤이 증가한다. 동부제철도 올해부터 연간 300만톤의 열연강판을 생산하게 된다. 동국제강도 150만톤 후판설비를 증설 중이다. 

  이러한 증설이 완료되면 이들 제품의 국내 수급상황은 공급우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단적으로 열연강판은 수요 1,600만톤이 유지될 것으로 보았을 때, 공급능력은 현재 1,100만톤에서 무려 1,800만톤으로 확대된다. 후판도 1,400만톤 수요지만 공급능력은 700만톤에서 1,300만톤 정도가 된다. 그런데 후판의 경우 과연 수요가 지난해와 같이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제품의 경우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관제철소와 전기로 부문의 활발한 투자를 감안할 때, 더 이상의 수입수요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2011년 이후 국내 철강시장은 그동안 공급부족에 시달렸던 상공정 부문의 획기적 능력증설로 오히려 공급우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여전히 수입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함은 기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공급 측 역시 이들 망설이는 수요가들을 충성심 높은 고정 고객이 되도록 더욱 유효한 설득과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할 때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