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불황 속 본연의 역할 자문할 때

2009-04-01     정호근

심각한 경기침체 여파로 견디기 힘든 고문을 당하고 있는 중소 비철업체들.

 요즘 그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불과 몇 톤 되지 않는 비철금속 원자재를 구하는 일이다. 경기불황 속 수요부진으로 울부짖는 시장에서 때 아닌 원자재 구매난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국내 비철금속 원자재 시장에 품귀현상이 심화됐던 3월. 어느 때 보다 안정적인 원자재 비축과 공급의 조달청 본연의 역할이 절실했다.
하지만 조달청의 주력 원자재 판매 창구는‘판매한도량초과’간판만 내걸고 연일 야속한 개점휴업?만 되풀이했다. 요즘 모두가 공감하는 원자재난이라지만, 조달청에서만 원자재를 구매해오던 영세수요처들은 그야말로 애가 탈 노릇이다.
일방적으로 원자재 판매 제도를 바꿀 때마다‘중소업계의 원자재난 지원을 위해’라고 생색을 내던 기억에 얄밉게까지 느껴질 정도다. 

어디고 말 못할 속사정은 있는 법. 조달청 역시 답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답답해도 주문을 받아두고 원자재를 못 구해서 차질을 빚는 수요업체들 만큼 할까. 과연, 조달청은 원자재난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중소수요업체들의 마음을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올 연초 방출가격 체계를 일별 단위로 바꾸면서‘수요업계를 위한 탄력적인 시세반영’을 운운했던 조달청.
실수요 업계의 솔직한 평가를 떠나, 탄력적인 시세반영은 이뤘을지 모르나 적어도 탄력적인 비축과 방출에는 실패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게 됐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예산부족’ 핑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도 안 되는 비철가격 앞에 유구무언 일 뿐이다.
큰 맘 먹고 치른 공개 세미나에서‘비축원가’를 운운하던 모습은 조달청 본연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얼만큼의 사명감이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진정 누구를 위한 원자재 비축ㆍ방출사업이었던가.’이윤만을 쫒는 장사꾼이 아니라면, 한번쯤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할 일이다. 

매번 조달청의 눈치를 살피던 중소 수요처들도 그간 눌러온 이런저런 불만을 조심스레 쏟아낸다. 요즘 같은 때라도 조달청이 힘없는 중소수요처들의 눈치를 좀 살펴야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생색만 내는 임기응변식 제도변경만 반복하는 것은 더 이상 공감대를 이루기 힘들다. 어느 때 보다 수요처의 입장에서 시장흐름을 읽어내는 진정한 원자재 지원 사업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정호근기자/hogeun@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