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2009-04-01 정하영
그 원인은 수입 가격이 워낙 낮은 수준까지 내려간 탓이다. 급등했던 환율도 1,300원 대로 다소 안정을 찾고 있고 수입재 가격은 400달러 초반까지 내려왔다. 생존을 위한 수익성 확보가 최대 관건인 수요가들로서는 낮은 가격의 수입재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 각 국의 내수시장 보호와 수출 확대를 통한 불황 극복 전략이 점점 더 가열되면서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강사들의 전략은 단순하다. 최소 가동률 확보를 위해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고 이익은 국내 가격유지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수출 확대를 위한 주요 철강사들의 경쟁은 가격 인하로 치닫고 있다.
이러다보니 국제 가격은 고삐 없는 망아지마냥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WSD 시장조사에 따르면 세계 열연강판 수출가격은 406달러로 내려갔다. 드디어 열연강판 400달러 마지노선이 깨지기 일보직전이다.
최근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러시아산의 경우 상황에 따라 400달러 아래로 오퍼를 내고 있다. 2000년대 이전 세계 철강산업의 침체기 때 평균가격인 300-400-500달러(HR-CR-GI)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세계 경제의 장기간 침체와 그에 따른 철강 수요 둔화로 겪었던 공급과잉과 가격약세 지속의 기억을 갖고 있다. 정말이지 어두웠던 시절이요,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시기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현재 가격 움직임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하튼 이런 경쟁적인 수출 확대 정책은 각 국 내수시장으로 부메랑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결국은 수출 확대가 내수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가동률 축소 이상의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감산으로 가격을 최대한 지킴으로써 이번 불황의 고비를 넘어보려 했던 철강사들의 당초 전략은 워낙 강력한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에 맥을 못 추고 결국은 수출 시장에서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철강사들 역시 수요 감소와 주문 축소가 계속되면서 가동률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이를 수출로 극복하려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수출확대를 시사하고 있으며 수요가의 2차 제품 수출 시에는 특별할인을 적용해 이들의 수출에도 힘을 실어주려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수출확대 전략은 세계 시장 전체에 더욱 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차제에 단순한 가격인하를 동반한 수출 확대에 대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이 불황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침은 내수시장에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