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건설사, 진정한 相生의 길 찾자
2009-04-15 정하영
그러나 이번 갈등 해소는 그야말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는 것일 뿐 상황이 변화되면 또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건설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건자회(건설회사자재직협의회)는 원가를 감안할 때, 톤당 70만원이하, 다시 말해 60만원대가 적정한 가격이므로 계속해서 제강사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특히 수요가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협의체 구성을 통한 지속적인 가격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설사들의 주장과 행동에는 적지 않은 오류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적지 않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사안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전 국민의 비판 대상이 된 고(高) 분양가의 이유가 마치 철근 등 자재가 상승에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針小棒大)해 화살을 비켜나가려 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로 시대착오적인 원가(原價) 논리다. 원가주의는 시장주의를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논리에 불과하다. 철강재 가격을 원가와 필요에 의해 정부가 결정하던 것은 이미 1994년 이전의 일이다. 벌써 15년이 지난 과거의 논리가 원가주의이다. 가격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오직 수급에 의해서만 결정될 뿐이다.
하물며 자신들도 아파트 분양가가 과연 원가대로 조정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왜 건설사들이 분양가 공개에 그토록 민감했는지를 미루어보면 진실은 명확하다고 생각된다.
세 번째는 협의체 구성과 대화 문제다. 건설사들이 주장하는 협의체 구성과 대화는 참으로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제강사들도 이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대화 채널로 나서고 있고 대화 창구로 삼자는 ‘건자회’에 있다. 건자회는 도급순위 40위 이내 중대형 건설사 자재구매 실무담당자 모임이다. 직급은 대부분 차, 과장급이다. 이런 모임이 건설사들을 대표할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
적어도 자재구매 임원이나 대표들이 나서야 한다.
물론 제강사들도 판매담당 임원이나 대표가 나서야 할 것이다. 이래야 제대로 된 대화와 의견교환, 그리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건설사와 제강사는 결코 일과성 거래관계가 아니다. 자재 공급이라는 특성상 그야말로 장기적으로 함께 가야 할 동반자임이 분명하다.
이런 양측 관계를 감안할 때, 최근에도 있었던 건자회의 철근가격 담합과 관련한 공정위 제소 소문은, 대화를 요구하는, 오랫동안 함께 해야 할 동반자의 태도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열한 행동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