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의 봄은 잔인했지만…

2009-04-15     정현욱

햇볕은 따스하고 연분홍 벚꽃은 아름다운데 남동공단 사람들의 얼굴은 잿빛이다.
얼마 전까지 귀가 따갑도록 활발했던 소음은 없어지고 몇몇 공장은 아예 설비를 모조리 철수했다.

공터로 남은 공장은 봄인데도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혹자는 기자에게 아예 남동에 얼씬도 말라고 한다. 그렇게 남동공단의 봄은 잔인했다.
그렇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유한MKB 장철길 이사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는 이 터널을 빠져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굴착기용 유압 브레이커를 생산하는 유한MKB는 겉으로 보면 그저 허름한 공단 속 작은 공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술력을 앞세워 생산제품 100%를 중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유압브레이커는 합금강을 소재로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 품질이 중국산을 앞서 있다.

중국으로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다. 세계적인 경기한파 영향으로 유압브레이커 수요도 줄긴 했지만, 잠재력은 아직 크다. 경기부양책으로 중국 SOC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분간 중국 유압브레이커 시장이 견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 안주하지는 않는다.

최근 일본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장철길 이사는 일본 시장은 품질 장벽이 높아 첫 진출의 테이프를 끊기는 쉽지 않지만, 일본산과의 품질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국산 제품 기술력이 상승했고 환율로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자랑한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는 기름때 묻은 손이나마 따뜻한 차 한 잔 건네며 제품, 시황 설명을 요점만 뽑아 설명해 준다. 그간 한국철강신문에서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며 재구독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먼저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긍정의 힘으로 환경을 변화시킨 주인공이리라. 유한MKB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은 실적이 남들보다 좋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현욱기자/hwc7@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