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앤지스틸, 현대상사 실사기한 연장요청
중 칭다오조선소 등 2,000억원 부실...본입찰 13일로 연기
비앤지스틸과 현대중공업 등 현대종합상사 인수 후보들이 실사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유는 현대종합상사가 지분 90%를 보유 중인 칭다오조선소 등의 부실로 인한 우발채무가 최소 2,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수 후보들은 실사과정에서 발견한 칭다오조선소의 부실과 현대상사가 보유 중인 철강재의 재고 평가손실 등을 이유로 실사 기한 연기를 요청하고 나섰다. 칭다오조선소의 경우 실사 이전까지는 자원개발 사업과 함께 무역상사의 신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는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상사는 지난 2002년 국내 비조선업체로는 최초로 740만 달러(약 70억원)를 투자해 중국 칭다오의 '링산' 조선소를 인수했다.
조선경기 활황에 편승해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고 선박용 엔진 등 핵심 기술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전략으로 기술력이 크게 필요치 않은 중소형 선박을 수주했다. 무역업의 한계를 제조업의 틈새시장에서 극복하겠다던 복안이었다.
그러나 순항하는 듯 보였던 이 사업은 지난해부터 회사 실적을 잠식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세계 조선업 경기가 금융위기로 급락하면서 수주가 끊겼고 원자재 가격 급등락으로 인해 건조 중인 선박의 마진폭도 불안정해지면서 무역 본업과 자원개발로 인한 현금 유입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조선 사업 부실과 함께 철강 재고분 평가손실도 잠재부실로 지적되고 있다. 삼각무역을 기본으로 하는 현대상사의 철강 사업비중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62%(1조7,611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 총이익은 45.45%에 달한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되면서 중국 등 신성장국들의 철강 수요가 급감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이미 확보해둔 재고의 평가손실도 기말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다.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재 무역의 사업 위험도가 증가하면 기업 가치는 하락한다.
시장에서는 "현대상사가 최근 2~3년간 실적개선을 이뤘지만 올해부터는 조선업 부실과 무역업 리스크가 반영돼 전망이 부정적"이라며 "인수 후보들도 이를 주의하고 있어 3,000억원을 웃돈다던 예상 인수액은 절반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매각 주관사 측도 후보들의 추가 실사요구로 당초 다음달 6일로 예정됐던 본 입찰 일정을 13일까지 연장했다.
김상순기자/sskim@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