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정상화 후를 대비해야 한다

2009-05-06     정하영

지난해 9월 이후 불황의 터널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신호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4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PMI는 제조업체의 구매담당 임원들에게 신규 생산이나 주문에 대한 의사를 조사해 작성하는 경기동향지표다. 통상 PMI가 몇개월 연속 상승하면 그 후 기업의 생산이 증가하고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상례다.

더불어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미국의 집값 폭락도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세계경제에 대한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이 올해 8%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세계 경제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의 유력 경제연구기관도 “마침내 터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낙관적 전망 내놓기 시작했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움직임에 대해 여전히 최악 수준인 고용지표와 낮은 수준의 투자 등을 이유로 W자 형태의 경기 순환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다. 이들은 2분기 일시적 회복 이후 재차 침체의 악순환을 지나야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떤 이론과 전망이 더욱 정확한 것이 될지는 두고 보아야 알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가 최악의 바닥을 지나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우리 철강금속 업계도 이제 본격적으로 불황 이후의 시장상황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불황 극복을 위해, ‘생존’이라는 목전의 과제로 인해 잔뜩 움츠렸던 심리와 마케팅 전략부터 추스려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국내 열연강판, 후판 등 상공정 제품 시장에서 본격화될 경쟁 체제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열연강판만 놓고 보더라도 작금의 불황기에 공급자와 수요가는 수입재에 대해 ‘동상이몽’의 상황을 연출한 바 있다. 공급자는 수입을 줄여야 국내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수요가는 조금이라도 값싼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수입재도 마다하지 않는 극단적으로 다른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주요 공급자로서의 역할과 영향력이 여전히 우월적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불황이 끝나면 열연강판은 물론 후판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체제 진입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다시 말해 이제 수요가의 선택이 시장을 좌우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공급능력 측면에서 아직은 완전 경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경쟁체제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한 과거와 다른 인식과 마케팅 전략의 실행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시점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음이 확실하다.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인식과 진정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