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溫室)과 야생(野生)의 차이
2009-05-18 정하영
그 조용한 변화는 철강시장 곳곳에서, 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가 수요가나 냉연업계에 자동차용 열연강판의 공급을 확대하고 강종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업계의 소문이 대표적 사례다.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와 자동차강판 생산기술 확보 및 공급 안정성 확충이라는 상호 윈윈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열연강판 시장에서 더 이상 독점적 지위를 고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국내 열연강판 시장의 경쟁시장 체제 진입이 코앞에 닥쳤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 탓이라고 생각된다.
시장경쟁의 사전적 의미는 ①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 ②상품의 동질성 ③기업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거 ④완전한 시장정보라는 4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전적 의미에서 본다면 국내 열연강판 시장은 앞으로도 불완전경쟁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제철과 동부제철로 인해 과거와 같은 독점시장에서는 완전히 탈피할 것이 확실하다.
동부제철과 현대제철이 그 주인공들이고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 역시 경쟁촉진의 또 다른 주자들이 될 전망이다.
내년 이후 시장 선점자와 신규 진입자 간의 경쟁은 그야말로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선후발주자 모두 닥쳐 있는 현실과 주어진 과제들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교할 때, 곧잘 ‘온실(溫室)과 야생(野生)’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생산 주요 품목에서의 차이와 더불어 정부 주도 하에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성장한 포스코에 비해 현대제철은 그야말로 시장에서의 경쟁과 M&A 등을 통해 발전해 왔다. 마케팅 능력을 놓고 볼 때, 우리는 당연히 포스코보다 현대의 그것이 훨씬 더 역동적이고 대응력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철강시장이 원천적으로 불완전경쟁 시장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기존 시장선점자의 선점 효과가 너무도 큰 시장이다.
여기에 포스코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무척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신임 정준양 회장은 취임 후 첫 발길을 포스코 사무실이 아닌 현대중공업 현장으로 돌렸다.
고객을 중요하게 여기고 요구사항을 경청(傾聽)하겠다는 상징적 행동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경쟁사와의 협력’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포스코의 시장경쟁을 받아들이는 변화된 인식과 발 빠른 대응은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향후 철강 마케팅에서 성공 요인은 고객과의 동반자적 협력관계 구축이 될 것이며 그 결과는 고객의 충성도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쉬운 마케팅을 해왔던 포스코가 과연 얼마나 빨리, 그리고 진정으로 경쟁시장 체제에 맞는 변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비록 야생에서 성장한 현대제철이지만 과연 지금까지 마케팅 방식이 수요가와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는가, 또 고객의 충성도는 과연 높은가 점검하고 대응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