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
2009-05-18 정호근
연초까지만 해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던 시장은 지난 1분기가 끝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업종별로 체감하는 회복의 기운은 차이를 보이지만, “지난 연말이나 연초 보다 나아졌다”는 의견들이 공감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알루미늄 가공업체 관계자는 “요즘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도 빠듯해졌다”며 싫지 않은 마음을 내비쳤다.
깊이를 알 수 없을 것 같던 경기불안 속 수요감소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의 기운을 되찾은 것은 천만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당장 늘어난 수요만으로 경기불안에 대한 긴장의 끈을 풀어놓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다시 살아난 듯 보이는 수요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배경은 경기회복이 아니었다. 수요처들의 재고소진이나 알루미늄 가격의 반등조짐, 극심한 원자재 공급부족, 수입산 제품의 공세를 막아준 고환율 등 수요를 자극했던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 자극요소들을 시장 스스로의 역량으로 인정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단기적인 시장 외적 요소들로 자극된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만약, 최근의 수요를 자극해온 요소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되돌려지더라도 지금의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단지 가정에만 그칠 상황은 아니다. 시장은 여전히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했으며,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불안감은 충분하다.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대 까지 뚝 떨어지자, 시장은 벌써부터 수출경쟁력 상실이나 수입재 재진입에 대한 앞선 불안감에 떨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잠시 살아난 수요로 급한 불을 끄고 한숨 돌리게 된 시점에서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위기 속에 기회를 찾자’는 마음으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다짐했던 각오는 잘 실행되고 있나?
너무 식상해져버린 경기불안감과 수요에 대한 갈증 속에 일시적인 수요증가로 경기회복의 신기루를 본 건 아닌지, 중간점검의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번 더 강조하자.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의 눈이 녹았다고 겨울이 끝났다고 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