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회, 과거 불공정행위 반복하나?

2009-05-23     박형호

제강사 압박 방법 다양화, 점점 더 조직화돼
사업활동 방해 및 철근시장 경쟁 제한행위 자행
과거 95년, 96년 시정 명령 받은 불공정행위 닮은꼴

 
건설사들의 철근 제조업체들에 대한 철근 가격 인하 압박이 더욱 조직화되고 심해지고 있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또다시 시정명령 등 법적 제재 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 자재 구매 담당자들로 구성된 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는 22일 양재동 현대제철 사옥 앞에서 철근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톤당 69만원 수준으로 철근 가격을 내릴 때까지 가격 인하 요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자회의 대규모 가격 인하 요구 집회는 올해만 벌써 2번째로 2월에도 약 10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철근 가격 인하를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이와 별도로 가격 인하를 종용하는 공문을 주요 철근 제조업체인 전기로 제강사들에 발송하거나 구매담당자들이 직접 방문해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거래량을 조정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는 등 거래제한 행위를 노골화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제강사들은 철근제조사의 가격이나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철근제조사의 사업활동,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등의 행위로 철근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제강사 압박 방법 다양화, 점점 더 치밀하고 조직화돼
 
이처럼 건자회를 주축으로 한 건설사들의 제강사 압박 방법은 점차 치밀하고 조직화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건자회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건자회 명의 및 개별 건설사명으로 주요 철근제조사들에게 ▲ 철근가격 인상 수용 거부 및 인하 요구 ▲ 철근 마감 단가 확정 통보 및 세금계산서 수취 거부 ▲ 요구사항 미 수용시 향후 거래관계 재조정 검토 등을 내용으로 제강사에 공문을 발송했다.
 
가격 및 거래조건 등은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함에도 불구, 건자회 회원사들은 구매관련 정보교환의 수준을 넘어 구성사업자간에 합의를 통해 철근제조사에 공동대응 한 것. 이는 사업활동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철근제조사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건자회는 22일 집회를 하는 것과 동시에 철근 가격 인하 요청 공문을 국내 제강사들에게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 발송과 관련된 단체행동은 점차 조직화돼가고 있다.
우선적으로 건자회 소속 건설사 구매담당자들이 각 2개사씩 조를 형성해 철근제조사들을     직접 방문해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요구를 받아들이는 제강사는 우호업체, 그렇지 않은 업체는 비우호 업체로 선별하고 대응방안(구매 제한 등)을 강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A건설사의 경우 B제강사에 대한 월평균 발주량이 단번에 30% 수준으로 급감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C제강사들에 따르면 거래관계가 종료돼 거래가 없는 다수 건설사들도 특정 제강사에 공문을 보내는 등 단체 행동이 확연하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심한 경우 한 곳의 팩스 송신처에서 12개의 건설사가 한 제강사에 세금계산서 수취 거부 공문을 일괄 발송한 사례도 보이고 있다.
 
■ 건자회, 과거 불공정행위 답습하나?
 
이같은 건자회의 최근 행동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았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95년과 1996년 건자회는 철근과 레미콘 부분에서 불공정행위를 보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사건으로 시정명령(의결 제 95-99호, 96-298호)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건자회는 1995년 3.24. 3월 정기회의에서 25개 회원사의 41명이 참석해 동국제강(주), 인천제철(주), 한국철강(주), 삼보상사(주), 한보철강공업(주)  등 5개 철근제조업체에게 ① 철근제조업체의 단가인상 및 대금지급조건 변경 수용 거부 ② 철근제조업체측의 일방적인  공급중단 등의 행위가 있을 경우 회원사의 조직적인  대응 모색 ③ 사태를 야기시킨 철근제조 업체(1개사)에 대한 불매운동  등  제재 추진 등의  사항을 합의하고, 각  회원사가 결정한  사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호응하도록  촉구한 사실이 있다.
 
또한 같은해 3월 각 레미콘업체로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접수하고 공동대응방안 수립을 위해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는 가격인상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공동대처 해 가기로 결정한 사실이 있다. 이와 관련 인상된 가격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은 회원사는 세금계산서를  레미콘업체에 반송하고, 가격인상을 주도한 3개 제조업체 중에서 1개 제조업체를 선정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한 사실이 있다.
 
이같은 행위는 1996년에도 레미콘 제조사를 대상으로 실시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시정 명령을 받았다.
 
시정 명령에서 공정위는 피심인(건자회)은 구성사업자의 철근 등의 건자재 구매업무와 관련하여   건자재공급자의 가격이나 거래조건등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앞으로 건자재공급자의 사업활동이나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등의 행위에  의하여 건자재 수급분야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상품의 가격이나 거래조건은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정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심인(건자회)이  구매관련 정보교환이라는 수준을 넘어서 공급자측에  공동대응하여 레미콘 구매가격을 결정한 행위는 다른 사업자인 레미콘  제조업체들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공정위측은 밝혔다.
 
최근 건자회가 국내 철근 제조사를 상대로 하고 있는 행위들은 과거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던 불공정행위와 같은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 어떤 불공정행위 해당되나?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19조 1항에서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짓고 있다.
 
국내 제강사에 따르면 건자회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인 제 19조 1항 9호에 해당돼 제26조 사업자 단체의 금지행위에 포함된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제 26조 규정에 따라 당해사업자단체에 대하여 5억원의 범위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5를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박형호기자/phh@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