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시어기 도입 “걱정스럽다”

2009-05-25     김국헌

지난해 열연스틸서비스센터(SSC)들 사이에 두께 20㎜ 이상 가공가능한 시어기 도입 광풍이 불었었다.
원래 이 설비는 동양에스텍만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조선업이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후판이 극심한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자 현대제철이 HR plate 생산을 시작했고 이것은 열연SSC들이 20㎜시어기 도입에 열중하는 결과를 낳았다.

20㎜ 이상 시어기를 가지고 있는 업체는 동양에스텍, 성동철강, 삼우스틸 등 3개사. 여기에 설비투자가 진행 중인 업체가 심팩ANC, 아세아스틸, 삼현철강, 기보스틸 등 4개사다. 2010년 이후에는 무려 7개 회사가 20㎜ 시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20㎜ 이상 시어기 설비는 HR plate를 수주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다른 제품은 두께 20㎜ 이상 시어기가 필요하지 않다. 코일상태로 나오는 열연강판이므로 두께 14㎜ 시어기로도 충분하다. 즉, HR plate를 수주할 수 없다면 한기당 100억원을 호가하는 설비투자가 큰 효용성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로써는 시어기를 도입한 업체들이 과연 이 설비를 제대로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불황이 없을 것 같던 조선업이 올해 1분기 수주실적 1척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가지고 있는 약 2년치 수주잔량이 사라지면 2년뒤 후판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 HR plate가 설자리는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문제는 국내 후판 생산능력이 2010년 이후 500만톤이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HR plate 자체가 후판 대체재로 각광을 받은 제품인데 2010년 이후에 국내 후판 생산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국내 제조사들이 HR plate를 생산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현대제철의 경우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HR plate 생산을 크게 줄이고  API-X55~80 등 API강재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현대제철 당진공장의 한 관계자는 “후판공장이 돌아가면 HR plate를 아마도 생산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이후 20㎜ 설비를 과연 돌릴 수 있을까.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0㎜ 시어기들이 펑펑 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열연SSC들이 미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성급한 투자를 단행해 돈만 날리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김국헌기자/khkim@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