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와 견강부회의 답습(踏襲)

2009-05-27     정하영

지난 22일 건자회(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회원들이 또다시 현대제철 사옥 앞에서 철근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원료(철스크랩) 가격이 인하됐으니 제품(철근) 가격도 내리라는 것이며 현재의 가격은 폭리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위적인 감산과 담합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으니 공정위가 위법행위를 조사해달라는 요구까지 서슴지 않았다. 또한 상생협력을 외치면서 가격폭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아전인수(我田引水)와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제 논에 물 대기만 생각하다보니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으며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과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고 있다. 자신들의 의견만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다보니 논리가 서로 어그러져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양상이 계속되고 있음이다.

실제로 현재 건자회의 행동이 잘못됐고 위법임은 이미 지난 1995년과 1996년 두 차례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시정조치를 받았던 것과 거의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건자회는 25개 회원사 41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제품가격 인상 및 지급조건 변경 수용 거부, 조직적인 대응, 불매 운동, 비상대책반 구성을 통한 공조체제를 실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건자회는 지난 4월 건자회 및 회원사 연명으로 가격 인하종용 공문을 보냈는가 하면 공개 장소에서 집회를 통해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등 공급자의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더욱이 자신들이 담합하여 가격 인하를 관철하려 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철근 생산업체들이 담합하였다고 주장하는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사실 철근 생산업체들도 과거 가격 담합으로 시정조치를 받았지만 최근 수년간 몇 차례의 공정위 조사에서 혐의 없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다시 말해 철근 생산업체들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후 비슷한 과오를 저지르지 않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최근 공정위의 철근 생산업체 담합 여부 조사의 대부분이 건설사들의 제보와 요구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이 이렇다면 과연 상생협력과 신뢰를 깨는 측이 누구인지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건자회의 아전인수와 견강부회는 원가논리와 폭리라는 주장이다.

원가논리의 부당함은 이미 본지에서 누누이 지적해 왔듯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가격결정의 요인으로 원가가 핵심 요인이 되었던 것은 정부가 국가경제 차원에서 철강재 가격을 결정했던 1994년 이전의 논리에 불과하다.

이후 가격이 자율화되면서 특히 2004년 수입관세 제로화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철강재의 대부분, 특히 철근의 경우 수입재의 시장점유율이 10%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완전 경쟁품목으로 변모하게 됐다. 결국 철근 가격은 자본주의 시장원칙, 즉 경쟁 논리에 의해 결정될 뿐이며 그 핵심은 수급이 결정하게 되었다.

폭리 주장 역시 최근 주요 전기로 제강사들의 1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결코 합리적 주장이라고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또 한가지 가격 협상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건자회는 주장하고 있지만, 건설사 구매 실무자 수준에 불과한 건자회에 대해 상대방인 전기로 제강사들은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는 다른 대안을 건설사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것이 수순이 될 것이다.

과연 대표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건자회의 작금의 행동과 주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건설사 경영진들의 더욱 냉철한 판단과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들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