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에도 ‘넛지’가 필요하다

2009-05-27     서의규

은근한 개입으로 행동을 바꾸는 것이 ‘넛지(Nudge)’다.
행동경제학을 주도해온 리처드 탈러가 고안한 개념으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다. 넛지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이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지만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소변기 중앙에 파리를 그려넣었더니 변기 밖으로 튀는 양이 80%나 준 사례도 마찬가지다.

넛지는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돼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철강업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다.

더 많이 판매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적절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CEO는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서로 다른 직무에 대해 이해도를 높여 업무 성과를 얻으려면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얼마 전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제선부에서 엔지니어들의 독서토론회를 계기로 창조적 발상이 터져 나왔다.
바로 ‘窮卽通’ 기술이라 불리는 것으로 고로 제반기술을 한 차원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현대하이스코 본사에는 층마다 아름다운 코일 사진작품이 전시돼 있다.

직원들과 방문객들은 딱딱한 철강재가 자신 만의 색깔을 드러내자 어느새 갇혀 있던 고정관념에서 탈출하게 된다.
당진에 있는 냉연SSC 내부에는 나무가 있고 공장 주변을 멋들어진 조경이 에워싸고 있다.
특히 트럭 기사의 쉼터와 원활한 운전을 위한 공장 입구 시설의 배려는 모두 생산성을 높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돕는 넛지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철강재를 구매하게끔 배경이나 정황을 만들어내는 넛지도 생각해보자.
청북으로 가는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멋지게 리모델링한 공장건물이 있다.
사실 이곳은 패널업체 전시공간이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꾸며진 건물만 보고도 건축주는 자신의 건물에 적용하고 싶어진다.

타인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 넛지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와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카메론이 넛지를 활용한 정책을 수용하면서 폭발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철강업계도 넛지의 시대가 요구되고 있다.

서의규기자/ugseo@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