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오리’가 되자

2009-06-01     정현욱

물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 물속에 감춰진 그의 발을 본 적이 있는가. 한가롭게 표류하는 것 같지만 사실 오리의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겉에서 보이는 여유와는 달리 부산하기 짝이 없다.

사람이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겉에서는 안정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이 상태를 유지하고자 저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발길질을 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쟁사회에서 유지가 곧 도태라면 성장을 위해 뭔가 다른 전략적 발길질도 필요한 일이다.
최근 수입유통업체를 취재하다 보면 고요한 시황에서 무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부지런하게 뭔가를 준비하는 업체도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누구에게나 시황은 안 좋고 시간은 똑같이 주지만 발길질의 강도와 방향은 저마다 다르다.
개점휴업 상태인 업체들도 물론 이해는 된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손이 없어서일 처리를 다 못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수입유통 거래가 절반 이상 뚝 떨어져 버렸다.
제조업체들은 재고조절, 수출확대 등으로 나름의 살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국내 수입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입유통업체는 공황 상태를 겪는 것과 다름없다.

경기회복 기대 훈풍이 불어오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겨울바람이 매섭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각각 다르게 대처해 나가는 것을 보면 비관할 일만은 아니다.
한 수입유통업체는 상대적으로 영업 업무가 줄어든 때를 활용해 그동안 미뤄왔던 홈페이지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취급 제품 소개 등 정보 서비스를 강화해 호황을 대비하고 해외 수요가도 공략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직원들은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지는 않겠지만 부지런히 준비해 온 것이 언젠가는 성과를 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업무 여유가 생긴 틈에 직원 재교육을 하는 업체도 있다.
막상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은 외국어 수업을 아예 회사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자칫 사기가 저하되기 쉬운 불황에 직원들의 사기 충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물속의 오리발은 하늘을 비상하는 날갯짓처럼 위대하다. 부지런히 발놀림을 하지 않고 멈추는 날엔 추락하는 새 마냥 물속으로 고꾸라지거나 뒤집히고 만다.
겉으로 보이는 우아한 자태는 우악한 발길질의 대가로 누리는 보상이다. 그래서 고요한 시황에서 더 부지런히 호황을 준비하는 업체들의 발놀림이 위대해 보인다.

정현욱기자/hwc7@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