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자제해야 한다

2009-06-03     정하영

화물연대가 또다시 파업을 결의하고 정부와 화주들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6일 대전에서 7천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한 총회에서 파업 결의와 함께 시기와 방법을 집행부에 위임했던 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 시한을 선언한 것이다.  
전임 대통령의 자살과 국민장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화물연대의 파업결의는 가뜩이나 움츠러든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견될 정도의 큰 불황으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2분기 들어서면서 국내의 경우 산업 전반의 가동률이 일부 회복되는 등 호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불황의 고리가 적어도 4분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현재의 호전은 계속된 악화 국면에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수준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회복, 특히 종전의 호황 국면이 다시 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더구나 이번 불황의 근원지인 미국경제가 신용카드 등 개인들의 파산 가능성이 커지는 등 여전히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현재를 낙관적으로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지금 형편이 가장 나은 축에 속한다는 것이 일부 경제석학들의 분석이다. 그 원인은 물론 제조업들의 선전과 능력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제조업체들이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물류가 멈추게 되면 더 이상 손써볼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이번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인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올해도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게 되면 지난 2003년과 2005년, 2006년,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무려 5번째다. 거의 매년 파업이 발생했고 그 때마다 중량물의 운송이 많은 철강업체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포항지역에서는 11일 총파업이 시작되면 상당수 화물연대 회원들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들은 상당한 불안감과 함께 동향파악에 나서는 등 향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 파업을 명분도 실리도 없는 불법적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의 협상도 난항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화물연대가 정부는 물론 화주와의 운송료 현실화를 위한 협상을 병행한다는 입장이어서 개별 업체별로 최악의 물류대란은 막을 수 있는 여지는 남겨진 상태다.

하지만 개별 철강사들이 화물연대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은 실로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이번에도 지난번과 같이 화물연대의 요구를 개별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나쁜 선례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부디 정부와 함께 철강사들도 원칙과 합리성을 잃지 않으면서 차분한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을 부탁한다.   화물연대 역시, 긴 불황에서 감산과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다 최근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 파업이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심사숙고해주었으면 한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