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에 설상가상이라니…
수도권의 철근 유통업체 임원 A씨는 파업 소식에 다짜고짜 불편한 심기부터 드러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철강 유통업계에는 물류대란이 한 차례 더 몰려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화물연대는 지입차주의 노동 기본권보장, 해고 노동자 복직, 운송료 인하 중단 등을 요구하며 1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최근 밝혔다.
철강 유통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선전해오던 철근 유통업계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철근 유통업계의 판매 전략에도 지장이 없을 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 특히 국토해양부는 화물연대의 파업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이어서 협상 타결에는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으로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건설노조도 연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도 불법 하도급 근절, 건설기계 수급조절, 다단계알선구조 개선 등을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잇따른 파업으로 전국 대부분의 건설 현장이 마비 상태에 빠진 전례를 생각하면 이번 파업 예고는 철근 유통업계에 적지 않은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건설노조의 파업은 단순히 물류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철근 시장의 최대 수요처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하면 자사의 차량을 동원하면 되지만 건설노조가 파업하면 대신 공사를 진행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화물연대나 건설노조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입차주의 법적 위치나 불법 하도급·다단계 알선구조 등에는 분명히 불합리한 면이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의 파업 이후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 때문에 모든 근로자들이 불철주야 땀을 흘리는 상황에서 다른 업계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제 막 회생의 조짐을 보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어난 쌍용자동차의 직장폐쇄는 이번 파업예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승자박이라는 말이 있다. 당장 권익을 위해 공익을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