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지속생존 철강기업을 보면서

2009-07-08     정하영

“삼성, 삼호, 삼양, 개풍, 동아, 락희, 대한, 동양, 화신, 한국유리”
약 50년 전인 1960년대 초반 국내 기업 1~10위 순위다. 아마도 이 중 절반 정도가 주인이 바뀌거나 아예 이름이 사라졌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만큼 기업은 역동성을 가진 조직이다. 불과 5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렇듯 많은 기업의 부침이 그것을 극명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철강업계만 보더라도 그동안 적지 않은 기업이 명멸했다. 한보철강의 전신인 극동철강, 삼미특수강, 기아특수강 등이 바로 그런 기업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철강기업들의 지속생존성장 비율은 여타 업종에 비해 상당히 높다. 아마도 산업에 필수적인 기초소재를 생산한다는 특성과 함께 철강 경영인들이 산업보국을 위해 한 눈 팔지 않고 기업 경영에 몰두하는 이들이 많았던 탓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철강업계에는 창업 이후 오늘날까지 지속 생존성장해온 회사들이 적지 않다. 한국철강협회 34개 정회원사만 보더라도 2대, 3대로 이어지면서 창립 반세기를 넘은 회사들이 부지기수다.

1945년 창업한 고려제강, 1946년 태창철강, 1953년 한국주철관공업, 만호제강, 1954년 창업한 동국제강, 대한제강, 1957년 한국철강, 1959년 동양석판, 동일제강이 바로 그들이다. 무려 9개사에 달하고 있다. 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는 세아제강까지 합치면 모두 10개사에 이른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아직까지 창업주가 현업에 종사하는 회사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2~3세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부자 2대를 못 간다는 말도 철강업계에서는 정설(定說)이 되지 못한다.

이런 내실 있는 기업들이 다수 버티고 있음으로 해서 우리 철강산업은 그 어느 업종보다도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산업의 쌀인 철강재를 좋은 품질에,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초석 역할을 다해 왔음이 틀림없다.

우리는 대표적 철강인들을 이야기할 때, 1968년 4월 1일 제철보국(製鐵報國)을 기치로 창립, 철강산업의 기적적 성장을 주도했던 포스코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적지 않은 철강인들이 국내 철강산업의 기초를 마련하고 지속 생존성장을 주도해 왔음을 잘 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우리는 지난 6월 9일 제 10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업계 원로인 고려제강 홍종열 명예회장과 동양석판 손열호 명예회장에 대한 정부의 공로상 수여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철강인들은 진심으로 두 원로에게 존경심과 감사함을 표함으로써 이번 기념식은 그 어느 해보다도 더욱 뜻 깊고 의미 있는, 그리고 철강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 자리가 되었다.

이런 철강인들과 철강기업들로 인해 대한민국 철강산업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는 놀라운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음이 분명하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