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

2009-07-29     곽종헌

지난 7월14일 철강금속부로 전화 한 통화가 걸려왔다. “한국철강신문의 곽종헌 팀장님이시죠?” 어디선가 들어 본 낮 익은 목소리였다.
철강유통업종에 근무하는 취재원으로서 다급한 목소리였다. “팀장님, 대충 제가 들은 대로 말씀드릴 테니 자세한 것은 한번 더 잘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5월 계약 이후 7월 초 국내로 도착 예정이었던 러시아 MMK산 연강선재 수입물량 1만2,000여 톤이 공중에 사라져 버리는 괴이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내 연강선재업체들이 많이 관여된 것 같으니 철강무역 및 유통업계에서는 아주 큰 사건이니 잘 알라 봐달라는 주문이었다.    

러시아산 연강선재 수입에 있어 아주 고도로 머리를 짜낸 무역사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6월 말~7월 초 국내 도착분으로 5월 초 당시 국내로 오퍼된 수입산 선재의 시장 정상 오퍼가격은 운임포함가격(CFR 기준)으로 톤당 460달러 수준이었으나 문제의 이 제품은 톤당 400달러 수준이었다.
싸게 주겠다는 말에 현혹돼 계약서에 근거해서 서류를 보내 줄테니 신용장(L/C)이나 빨리 개설하자는 말만 듣고 신용장을 바로 개설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상대방 수입대행업체의 말만 듣고 신용장(L/C)을 개설했는데 가짜로 만들어진 선하증권(BL)만 보내졌을 뿐 확인결과, 물품대를 입금하자 들어와야 할 철강 제품은 들어오지 않고 돈만 챙기고 달아나 버린 사건이었다.

이번에 러시아 MMK산 연강선재 수입을 대행한 업체는 국내 모 수입대행업체로 알려졌다.
국내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물건을 싣고 들어와야 할 배는 이미 2003년에 해체된 선박의 이름으로 이는 완벽한 무역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 사기성 무역피해에 연루된 국내 철강업체는 부산, 광주, 서울, 인천 등 연강선재를 취급하는 조그마한 8개 유통업체로 수입피해 금액만도 64억~65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강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시멘트를 싣고 들어와야 할 배가 돌멩이만 잔뜩 싣고 들어온 적이있다”며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돈에 눈이 멀어 옥석(玉石)을 가리지 못하고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기사건에 두 번 다시 휘말려서는 안 되게 끔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러한  사건 발생은 러시아의 수출대행업체가 국내에 잘 알려진 러시아 대형 철강업체라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수입에이전트를 속였거나 아니면 수입에이전트가 제대로 확인해야 할 기본서류 조차도 확인하지 않았던지 잘 못은 둘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아무튼, 피해업체들은 대책반을 구성해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장가격과 동떨어진 가격임에도 값싼 수입재에만 눈이 멀어 막상 사기를 당한 이후 이러지도 저러 지도 못 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곽종헌기자/jhkwak@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