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시대일수록 신문의 역할 더 커질것

2009-07-30     황병성

韓ㆍ日 신문협회장에게 듣는다
"한국 신문엑스포 성공비결 알려달라 日도 개최하겠다" 우치야마 회장 큰 관심
고급 콘텐츠 활용한 디지털화ㆍDB사업…종이신문 장점 살려야
신문 매일 읽는 사람은 살인 않는다는 말처럼 국민교육에 매우 중요 
 
 

일본 제20대 신문협회장으로 최근 취임한 우치야마 히토시(內川) 요미우리신문 사장(74)은 "인터넷 발달로 정보매체가 다양화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종이신문의 가치와 역할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치야마 신임 회장은 최근 도쿄 시내 데이고쿠호텔에서 한국신문협회 장대환 회장(매일경제ㆍMBN 회장)과 대담을 하고 "한ㆍ일 양국의 신문협회가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이번 대담은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으며 쓰타가와 간(川幹) 요미우리신문사 편집국장과 조현재 매일경제 편집국장이 각각 배석했다. 

                                                                            장대환 회장

우치야마 신임 일본신문협회장은 지난 5월 초 한국에서 열린 `신문엑스포`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우치야마 회장은 "오랜 신문 역사를 지닌 일본에서 왜 아직까지 그런 시도가 없었는지 모르겠다"며 장대환 회장에게 "한국의 성공사례를 자세하게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신문엑스포의 기획단계, 경과, 성공비결 등을 청취한 뒤 대담에 동행한 일본신문협회 간부진에게 "일본에서도 신문엑스포가 개최될 수 있도록 검토를 시작해 달라"고 즉석에서 지시를 내렸다.

▶우치야마 회장=한국에서 열린 신문엑스포가 독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다. 준비과정과 성공비결을 소개해달라.

▶장 회장=5월 초 전국 신문사 26곳이 참여한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신문엑스포를 열었다. 시기적으로 연휴 기간이어서 학생들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문협회 회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정부 보조금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했다. 신문사 부스별로 홍보관을 비롯해 신문제작 체험관, NIE관, 취업설명회, 미래전략세미나 등이 개최됐고 행사기간 중 2만명이 넘는 독자들이 방문해 신문업계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치야마 회장

▶우치야마 회장=일본에서는 신문 인쇄기계 회사들이 제품박람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신문사들이 함께 모여서 엑스포를 개최한 적은 없었다. 독자들 서비스 차원은 물론이고 신문업계가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신문협회도 내년 이후 엑스포가 열릴 수 있도록 연구 검토를 진행하고 싶다. 준비과정에서 한국의 경험을 참고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 일본은 신문뿐 아니라 출판업계도 함께 참여하는 신문ㆍ출판 엑스포를 개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 회장=신문산업을 선도하는 일본이 엑스포를 개최한다면 아시아 각국에서도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 것이다. 한ㆍ일 양국의 엑스포를 계기로 아시아 신문사들이 공동으로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도 추진해 볼 수 있는 과제다. 한국의 경우 처음에는 엑스포 참가를 주저했던 신문사들도 정작 행사기간에는 자사 부스를 통해 열띤 홍보전을 전개했다. 지방에서 수학여행을 통해 단체로 엑스포를 관람한 학생들도 있었고 신문사 직원들의 자녀도 엑스포를 방문해 부모의 직업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장대환 회장=일본신문협회장에 취임한 것을 축하드린다.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신문사들의 경영환경은 여전히 밝지 않은 편이다. 일본신문협회를 어떻게 운영할지 포부를 말해 달라.

▶우치야마 히토시 회장=신문이 사회적으로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종이신문은 정확한 사실보도, 깊이 있는 분석보도로 다른 매체와 차별화해야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나친 경쟁보도로 사실관계가 왜곡되거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한 보도들은 지양돼야 한다고 본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해 작년 말 미국의 갤럽사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일본에서는 신문(52.7%)이 1등이었고 병원(48.2%), 재판소(45.7%) 순이었다. 신문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미력하나마 힘을 쏟고 싶다.

▶장 회장=매일 같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종이신문이 독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고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인터넷과 휴대폰 등의 발달로 신문의 고유한 영역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 어둡게 전망하는 사람도 많지만 멀티미디어와의 융합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독자들로부터 결코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다.

▶우치야마 회장=종이신문은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해 멀티미디어로의 변신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은 석간신문의 증권시황란에 자동인식(바코드) 기능을 탑재한 콘텐츠를 개발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석간신문의 경우 마감시간 제한 때문에 오전 시황밖에 게재할 수 없는데 휴대폰 자동인식 서비스에 가입한 독자들에게 마감 시황을 전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에 사용한 QR코드는 자동차부품회사들이 1990년대 물류관리를 위해 개발한 기술인데 미디어들도 이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홈페이지의 인기 게시판 코너인 `오오테코마치`를 최근 광고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했는데 초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오오테코마치는 여성 네티즌들의 페이지뷰가 많은 정보교류 코너인데 광고주들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요청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형태며 요미우리는 광고료를 받는 모델이다.

▶장 회장=온라인 사업과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상의 정보는 무료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됐다는 점이다. 언론사의 온라인 사이트보다 포털업체들의 사이트가 더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도 네티즌들의 이 같은 의식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치열한 경쟁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종이신문도 디지털 미디어를 확대 발전시키고 뉴스 콘텐츠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고급 정보들은 회원제 서비스나 유료 등록제 등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치야마 회장=콘텐츠 유료화는 신문사들이 직면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다. 신문사의 온라인 사업이 광고 모델에만 의존할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선 기자들이 땀 흘려 취재한 고급 정보들이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경쟁관계인 요미우리, 아사히, 닛케이 3개 신문사가 공동 포털사이트(아라타니스)를 설립한 것도 일종의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라타니스는 설립 1년 만에 월간 페이지뷰가 당초 목표보다 두 배에 가까운 700만건에 달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장 회장=한국에서는 종이신문의 광고수입이 늘지 않아 경영위기에 직면하는 신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매체들이 신문 영역을 빠르게 침범하면서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구독료 수입보다 광고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신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신문사의 장점인 DB(데이터베이스)사업을 확대해 수익 모델로 연결시키는 사업전략이 요구된다.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춰놓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우치야마 회장=광고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불안정한 수익구조다. 일본에서는 판매수입과 이벤트 등 미디어 사업은 물론이고 DB사업이나 부동산임대 등을 통해 회사수익을 보완하는 미디어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광고주를 대상으로 종이신문과 인터넷의 광고를 각각 시험해 봤는데 양자는 상호보완 관계이지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즉 종이신문과 인터넷 중 하나만 광고하는 광고주들보다 양자에 모두 광고를 내고 싶어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의미다. 종이신문에 광고를 내면 인터넷 광고단가를 할인해 주는 방식 등으로 인터넷 광고를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장 회장=교육 현장에서도 신문만큼 좋은 교재는 드물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신문협회 차원에서 신문활용교육(NIE)과 교원연수, 신문엑스포 등을 통해 독자 교육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NIE 캠페인을 추진해 온 결과 젊은 층 독자들의 신문읽기 풍조가 다시 살아나는 등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도 교육사업을 차세대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독자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우치야마 회장=신문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바로 국민교육이라고 본다. 신문을 매일 읽는 사람은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신문을 읽으면 그만큼 판단력이 높아져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본신문협회도 올해 536개에 달하는 NIE 실천학교를 지정하는 등 신문을 통한 소양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신문의 또 다른 역할은 지역봉사활동이다. 요미우리신문은 5년 전 전국의 모든 판매점이 `방범협력회`를 설립하고 지역 내 고령자나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문이 그대로 쌓여 있으면 이를 경찰에 연락해서 고령자의 안전을 점검하는 형태다.

▶장 회장=신문사들은 자신만 살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공동으로 발전하겠다는 개념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올해 5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신문엑스포를 열었는데 신문사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협력하면 얼마든지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치야마 회장=좋은 말씀이다. 예를 들어 요미우리와 아사히신문은 온라인 제휴에 그치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는 판매와 인쇄도 제휴하는 협조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협력이다. 신문업계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질수록 비용절감을 위한 공동제휴는 계속 시도해야 한다. 각국 정부들은 아직도 인허가 권한 등을 앞세워 방송이나 디지털, 전자미디어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치권력의 부정부패를 고발할 수 있는 힘은 역시 신문이 가장 강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