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주도권 누가 잡을 것인가

2009-08-10     유재혁

미국의 클린턴 前 대통령이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결국 140여일간 억류돼 있던 자국 여기자 2명과 함께 출국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한과 미국 정부는 핵개발을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억류 여기자의 송환은 인도적 차원이었고 결국 핵개발을 그만둬야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간다는 미국의 기본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미묘한 분위기 변화는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前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서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향후 핵개발과 관련된 주변 국가들간의 논의와 누가 협상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주도권을 쥘 수 있어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본다면 얼마전 마무리된 韓日간 열연강판 3분기 수입가격 협상은 더 아쉬움이 남는다. 3분기 전체 수입 가격이 톤당 500달러(FOB) 수준이 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순차적인 인상을 실시해 9월 도착분 가격은 500달러가 되는 결과가 발생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냉연도금판재류 업체들의 협상 조건이 좋지 않았다는 점은 다들 공감가는 부분이다.
국내 열연강판 공급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자재 재고 수준이 낮아진 상황에서 국제 철강재 수요 확대로 수출가격 인상 및 물량 확대를 지속적으로 이뤄가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국제 철강재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역시 수입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를 극복할 만한 충분히 유리한 조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다소 느긋하게 가격 대응을 실시한다면 말이다. 조급해진 마음에 이미 지난해 일본측이 요구하는대로 열연강판 수입 가격 인상에 응해주다 올해 상반기 고가 재고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가? 최근 열연강판 물량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올해 동부제철이 열연생산을 시작하고 현대제철도 2010년부터 고로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아시아지역의 열연강판 교역량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토록 오랜 거래관계를 유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올해 야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연강판 가격 협상에서 국내 업체들에게 높은 가격을 요구해온 일본 업체들에게 향후 시장이 바뀔 수 있음을 분명히 해 협상 주도권을 스스로 찾아와야 할 시기가 아닐까?

유재혁기자/jhyou@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