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 정상적 거래가 절대 필요하다

2009-08-19     정하영

전기로 제강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원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품인 철근 등의 가격은 거의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금철 등 부자재와 전기료 인상에 이어 무엇보다 가장 큰 원가를 차지하는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최근 천정부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국산 철스크랩의 제강사 매입가격은 중량A 기준 25만원 수준이었고 수입가격은 HMS No.1 도착도 기준 275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국내산 36~40만원, 수입은 400달러를 넘어섰다. 최대 수요가인 현대제철의 최근 미국산 대형모선 계약가격조차 362달러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철근 가격은 오히려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초 철근 가격은 외경 10mm 고장력강 기준 공장도 가격은 톤당 83만1천원, 실제 유통가격은 78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가격은 공장도 76만1천원, 유통가격은 71만원으로 내려앉았다. 

국내산 철스크랩만 놓고 보더라도 원료 가격은 톤당 약 15만원이 올라갔는데 제품 가격은 약 7만원 떨어졌다. 단순 계산해 보면 연초에 비해 톤당 무려 22만원이나 손해가 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특히 국내산 고철만 주로 사용하는 중소형 제강사의 경우에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지만 수입 철스크랩 비중이 절반 내외에 달하는 현대제철의 경우에는 더욱 상황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대략 계산해도 수입 스크랩이 국산보다 10만원은 더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가격이 급등한 철스크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계절적으로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철스크랩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고 이는 철스크랩 물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가격 상승기에 납품상(대상)들이 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제강사 납품을 지연하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 상황은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바로 발생처와 중간상(중상)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발생처와 중간상(중상)이 너무 똑똑해졌다는 이야기가 일반화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 등의 발달로 정보 획득이 용이해지면서 가격 정보에 둔감했던 발생처와 중상들이 이제는 가격 움직임을 먼저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을 십분 활용할 만큼 약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듯 철스크랩 물류가 제대로 이루어지 않음으로써 그 피해는 납품상, 전기로 제강사, 주물제조업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또한 건설사 등 최종 제품 수요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1년에 철스크랩 사용량은 무려 3천만톤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중 국내 스크랩은 2,300만톤 정도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물량의 흐름이 원활치 않음으로써 생기는 피해는 산업 전반에 적지 않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철스크랩 사재기는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 시장에서는 새로이 철스크랩 시장에 진입한 모 업체가 입도선매와 같은 방식으로 거래처를 확보하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슨 일이든 서두르게 되면 부작용이 나오게 되는 법이고 바로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부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생처와 중상들의 현명한 판단을, 그리고 신규 진입자의 신중한 행동을 요청한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