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자급률 90%대 회복이 뜻하는 의미
2009-08-24 정하영
철강산업 내에서도 여러 가지 내외부 환경 변화는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그 중 우리가 얼핏 느끼고 있지 못한 것 중의 하나가 조강(Crude Steel)과 강재 생산의 불균형이다.
2008년 연간 조강자급률(조강생산량÷강재생산량×100)은 사상 최저 수준인 83.32%까지 떨어졌다. 조강자급률은 지난 1995년 92.7%를 기록한 후 계속 낮아졌다. 다시 말해 제품인 강재를 생산하기 위한 소재인 쇳물 부족 상황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는 이야기다.
상공정 부족은 제품 생산을 위해 선철이나 반제품(슬래브, 빌릿 등), 열연강판이나 선재 등을 수입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자원무기화 등 갈수록 원료 및 소재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원료 및 소재 확보를 위해 세계 각 국에 손을 벌려야 하는 입장에 처하고 만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반제품과 열연강판, 빌릿 수입량은 무려 1,530만톤에 달했다. 그만큼 상공정이 부족하거나 보유하지 못한 상당수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은 상당히 나빠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상공정 부족이라는 취약한 산업구조 때문에 소재의 대량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약점을 간파한 일본이나 중국 철강사들은 이를 충분히 활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의 상공정 부족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로 정부나 업계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관제철소 등 상공정 투자를 말리기까지 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중국의 성장 등 세계적 상황 변활를 고려할 때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런데 수년전부터 업계의 상공정 투자가 활발히 진행됐다. 뒷북이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가 그렇고 조강 생산능력이 부족하거나 보유하지 못한 철강사들이 적극적으로 전기로 투자에 나선 덕분이다.
그 결과가 올해 상반기에 현실화되고 있다. 추정치이긴 하지만 올해 상반기 조강자급률은 무려 14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90%대로 올라섰다. 연간으로는 90.2%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품 생산 감축이라는 시황 탓도 있지만 포스코가 상공정 능력을 확충하고 현대제철, 대한제강, 한국제강, 한국특수형강 등이 전기로를 재가동하거나 신 설비를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동부제철의 전기로 생산이 본격화되고 당진제철소 등이 가동되면 추산컨대 우리나라의 조강자급률은 95% 이상으로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조강자급률의 개선은 상하공정의 안정화를 가져와 국내 철강산업의 여러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대응하는 경영 및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