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수출 시장, 우리끼리 피 터지진 말아야

2009-08-24     박형호


풍력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풍력 터빈(엔진) 시장은 2013년까지 매년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도에는 3만2,000㎿가 설치돼 54조원 규모가 될 것이며 2013년에는 5만1,000㎿로 약 87조원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풍력발전기 1기가 1㎿~2㎿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2만기 이상, 2013년에는 3만기 이상이 설치된다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과 함께 국내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단조시장에 뛰어들면서 수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쟁은 품질 개선이나 서비스 강화 등 여러 가지 순 효과가 있지만 수출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 간의 출혈경쟁이 일어난다면 단조 시장도 더는 블루오션이 아닌, 말 그대로 붉은 피를 흘려야 하는 레드오션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조짐은 이미 국제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단조업계는 수주량이 줄면서 일부 대형 중공업 회사들이 그동안 중소기업에 하청줬던 단조품을 직접 생산하고, 큰 부품에 주력했던 업체들은 다시 작은 부품을 만드는 등 거꾸로 가는 모습 이다.

국내 업체들은 현재 터빈 부품 및 윈드타워 부품에 집중하고 있다. 날개와 터빈을 연결시키는 메인샤프트와 윈드타워 이음매인 타워플랜지가 대표적이다. 자연스럽게 수출 시장에서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조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점 ▲최근 뛰어드는 업체들이 아직 국제시장에서 인증 단계에 있는 점▲수요 강세 대비 공급이 초강세인 점 ▲국제 시장에서 풍력 발전 시장이 계획만 많고 실행이 늦어지는 점 등을 예로 풍력 발전 시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며 위험 요소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제에 빠지게 됐다. 대표적으로 태웅은 대형화, 평산은 기어박스와 베어링 등 제품 다양화, 현진소재는 샤프트와 베어링의 기술력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보다 심화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국제시장 수출 경쟁에서 우리 업체들끼리 출혈경쟁을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반도체시장과 같은 좋은 수출 경쟁 선례를 남기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은 경쟁에서 이기고자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는 출혈경쟁을 한 결과 일본, 대만, 독일 업체들이 출혈 경쟁에 못 이겨 쓰러지기 시작했고 우리 기업들의 시장을 독식하기 시작했다.
단조품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 No.1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형호기자/phh@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