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관심을 촉구한다
2009-08-31 정현욱
얼마 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한비야 씨(오지여행가, 긴급구호팀장)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글로벌 시민의식으로 위 두 가지를 먼저 꼽았다. 우리나라에도 도울 사람이 많은데 왜 외국에 나가서 돕느냐는 물음에 우리도 글로벌 시민의식을 높일 때가 됐다면서 말이다.
세계 문제에 함께 고민하고 작으나마 내 힘을 보태는 것, 그리고 사소하더라도 행동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의식, 필요의 차원을 넘어 ‘생존권’이 달린 절박한 문제로 커지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산업계에 뜨거운 화두가 되는 ‘온실가스 감축’ 문제처럼 말이다.
현재 적지 않은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지난 1997년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해 2008~2012년 온실가스 감축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교토의정서를 채택하고 미국, 일본, EU 국가 등 38국을 의무감축 국으로 정했다. 이들은 2008∼2012년 사이에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야 한다.
다행히도(?) 당시 우리나라는 이 38개국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오는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는 2차 의무감축 국과 감축 목표치를 정하는데 우리나라가 의무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가 개발대상국에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노력을 촉구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0년 기준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순위가 아닌 절대량으로 따질 경우 우리나라 배출량이 세계의 1.8%에 불과하며 선진국과 비교하면 산업화 기간이 짧아 과도한 감축 요구는 부당하다는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EU 국가 등 1차 대상국에 포함된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다 배출국가 제품 수입 불허 등 무역규제로 간접적 압박을 가해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서는 글로벌 시민 의무가 아닌 생존권을 위해 감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만약 2013~2018년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2010년 대비 5%라고 정하면 국내 철강산업은 매년 9,054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온실가스를 주로 배출하는 소수 고로사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국내 철강수급과 경쟁력, 지속적 성장이 근원적으로 차단되게 된다.
정부는 12월 코펜하겐 회의에서 발표할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연말까지 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8% 증가, 동결, 4% 감소시킨다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발표, 여론을 수렴 중이다. 철강업계는 감축 당위성에 대해 동의하지만 무리한 감축량은 철강산업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 몇 업체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철강업계의 목소리라고 말하기에도 머쓱할 정도다. 물 절약이란 사소한 행동에서 글로벌 시민의식이 시작되듯, 철강사업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 의무라는 뜨거운 감자 앞에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가장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