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겠다던 ‘전봇대’, 더 세우고 있으니

2009-09-07     차종혁

지난해 정부는 중소제조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개혁함으로써 기업의 성장을 도모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연일 쏟아냈다.

 당시 “전봇대를 뽑겠다”는 식으로 표현된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는 국내 중소제조업체에 큰 희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경기도 시화반월공단에 있는 중소제조업체의 상황을 살펴보면 정부의 발표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공단에 위치한 A사는 그간 환경설비에 많은 투자를 해 정부가 법으로 정해놓은 환경기준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엄격하게 설비를 관리하고 있다.

이 덕분에 A사는 모범기업으로 정부로부터 수상한 바도 있고, 동종업계 내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우수업체의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이처럼 뛰어난 환경설비는 외부 감사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공장 신증설 계획이 정부의 규제 때문에 막혀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공장 신증설을 통해 기존 설비를 최신 설비로 교체함으로써 현재의 우수한 환경설비보다도 더욱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돼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을 더 줄일 수 있는데도 환경규제에 막혀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 자료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담당공무원의 복지부동한 자세 때문에 설비증설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것. 담당 공무원은 객관적인 자료와는 상관없이 신증설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오염물질 배출량이 더 늘어날 것이 아니냐는 식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갇혀 부정적인 의견만 내비치고 있을 뿐이다.

공장 신증설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는 물론 연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강조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도 꾀할 수 있고, 더욱 친환경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데도 이를 막는 일부 공무원의 작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는 연일 환경보호와 일자리창출, 경제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결국 제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일선 공무원들이 제자리 지키기에 급급해 목소리 큰 일부 시민들의 감정적인 대응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 이 나라의 중소기업들에게 각종 규제란 영원한 족쇄로 남을 듯싶다.

차종혁기자/cha@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