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일 철강시장 변화에 대한 인식

2009-09-09     정하영

세계 철강업계가 중국 철강시장의 조기 회복과 재성장, 그리고 세계 철강시장에서의 비중 증대로 다시금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중국의 조강(粗鋼, Crude Steel) 생산량은 3억1,731만톤으로 세계 생산량의 거의 절반(48.6%)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38% 정도로 40%에 미치지 못했으나 올해 들어 여타 생산국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감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중국은 가장 빠른 시기인 5월 이후 생산량이 전년수준을 넘어서면서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생산량 증가는 단순히 세계 최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수요를 훨씬 능가하는 생산능력으로 인해 세계 철강시장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는 탓이다. 반제품을 포함할 때, 지난 2005년 순수출국으로 전환된 이후 2007~2008년에 각각 6천만톤이 넘는 수출로 수입을 삔 순수출량도 무려 4,600만톤과 4,400만톤을 기록했을 정도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을 향후 세계 철강업계의 가장 큰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 제품인 열연강판을 보더라도 2009년 생산능력은 2억4,300만톤에 이르고 있으나 내수는 불과 1억7천만톤 대에 그치고 있다. 단순하게 6,700만톤 정도가 과잉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WSD의 전망에 따르면 열연강판 과잉능력은 2010년 8,600만톤, 2012년에는 1억1천만톤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중국이 향후 신예설비로 무장한 임해 제철소 위주로 연간 1억톤 이상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전통의 일본 철강사들의 수출 비중은 거의 30%를 넘나들고 있다. 대표적 수출 주력 철강사인 JFE스틸의 경우 수출 비중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철강사들의 경우 수출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동률 유지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에 지금까지 한중일 3국 철강시장에서 비교적 완충역할을 해왔던 한국 철강시장도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상공정이 부족해 반제품과 소재성 제품(열연강판, 선재 등) 위주로 수입량이 연간 2천만톤을 넘나들던 우리나라도 향후 상공정 능력 확충으로 인해 수입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난해까지 83% 수준에 그쳤던 조강자급률이 올해 상반기 벌써 90% 수준으로 올라섰다. 향후 현대제철의 제2고로 가동 등이 이루어지면 조강자급률은 95% 이상으로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조강자급률 향상은 앞으로 반제품과 소재성 제품에 대한 수입수요를 크게 줄여줄 것이 확실하다.

이것은 그동안 한중일 3국 철강시장에서 수입국으로 완충역할을 해왔던 한국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한중일 모두 순수출국으로서 변화할 것을 예시하는 일이다.

결국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한중일 3국 철강사들이 앞으로 더욱 힘든 시장확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국내 철강사들도 그 경쟁 속에서 생존성장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