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그런데 뭘 팔러 다녀요”

2009-09-14     곽종헌

지난주에 매체 홍보차 반월공단을 방문했다. 오전 내내 업체를 돌고 오후까지 이어지다 보니 5시가 다 되어서야 인근 컨테이너박스에서 운영하는 조그마한 쉼터인 음료수집을 찾을 수 있었다.

참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고 주인아주머니와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다가 “요즘 공단경기는 좀 어때요 사장님” 했더니만, “사장은 무슨, 먹고살자고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을 뿐인데요. 그런데 아저씨는 뭘 팔려 다녀 요?”하고 물었다. “저희는 신문 팔러 다녀요” 하고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다.

공단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바는 올 1~2월 인천 남동공단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남동공단의 30%가량이 GM대우자동차와 건설중장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하청업체들이다 보니 바닥경기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3~4월에 시화공단을 방문했을 때는 시화공단 특성이 현대·기아자동차 부품업체가 전체의 30% 정도 차지해서 그때는 바닥 경기가 꿈틀되고 있었다.

6월 중순 부산 경남지역으로 학장동 유통상가, 녹산공단 지사 과학단지를 방문했을 때는 솔솔 훈풍이 부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9월 중순 반월공단을 찾아본 결과, S45C 탄소강봉강과 SCM 합금강을 소재로 해서 금형 핀을 만들거나 금형 코어를 가공하는 업체, 자동차·TV·반도체 금형 업체, 자동차부품업체들이 8월부터 일감이 들어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반도체 금형 업체의 한 대표는 상반기 내내 일감이 없을 때는 직원들이 버티고 있더니만, 막상 일거리가 생기니까 직원들이 다 떠나고 없어 일 할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 사장이 혼자 직접 현장에서 뛰고 있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이 대목에서 나비효과라는 의미를 떠올려 본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변화무쌍한 날씨 예측이 힘든 이유를, 지구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최근 바닥경기 실상을 보면 완성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급격한 회복 조짐이 자동차부품업체로 빠르게 전이되는 분위기여서 경기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모 도금업체 한 임원의 “저희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경기를 안 탄다”는 자신 있는 목소리에 간접적으로나마 철강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분명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곽종헌기자/jhkwak@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