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철강재 과잉능력과 한중일의 경쟁
2009-09-16 정하영
최근 세계적 철강 연구분석 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발표한 자료에 실려 있는 현재 상황과 약 3년 후 전망치다.
바로 중국의 판재류 주요 품목의 설비능력에서 내수를 뺀 과잉 생산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들이다. 순서대로 후판(Plate)과 열연강판(HR), 냉연강판(CR)이다.
중국의 철강재 과잉능력은 봉형강류에 비해 판재류가 상당히 크다. 철근은 현재 600만톤에서 2012년에도 600만톤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며 선재나 형강 등도 비슷하다.
우리는 중국 정부가 비록 비경쟁 설비의 폐쇄 등 강력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지만 그 성과와 실행 속도가 그렇게 높거나 빠르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반면 최근 가동에 들어간 쇼우강(首鋼)의 차오페이덴 제철소처럼 신예설비의 대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내 비경쟁 설비들은 점차 사라지지만 품목별 전체 설비능력은 오히려 크게 증가할 것으로 WSD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 5~6천만톤을 넘나드는 수출량은 향후 1억톤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으며 그 증가분의 대부분을 판재류가 차지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여기에 연간 3천만톤 정도를 수출하고 있는 일본 철강산업의 수급 구조도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며 한국 역시 활발한 상공정 능력 확충으로 인해 2012년 이후에는 수입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중일 3국 철강업계의 엄청난 시장경쟁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수입 수요는 감소하는데 반해 늘어나는 수출 수요는 3국간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의 판매경쟁을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결국 3국 철강업계는 각각의 내수시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켜내는 동시에 수출 시장에서 판매량을 확보하느냐 여부가 곧바로 가동률 유지, 그리고 생존과 직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 경쟁에서 가격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 관점에서 역시 최근 WSD가 발표한 주요 철강국가들의 제조원가를 보면 우리에게 상당히 긍정적이다.
열연강판 제조원가가 3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낮고 중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2009년 6월 기준으로 일관제철에서 생산한 HR 제조원가가 톤당 381달러인데 일본은 430달러, 중국은 449달러에 달했다.
희망적인 것은 중국이 생각보다 제조원가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냉연강판의 경우에도 한국, 중국, 일본 순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시장 확보와 생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다만 냉연 등 하공정 부문이 독립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철강산업의 생존성장 전략은 단순하기 어렵다. 우리 철강업계에게 좀 더 치밀한 마케팅, 경영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