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시장 변화의 3대 요인
2009-09-23 정하영
첫 번째는 1990년 후반부터 문제가 되어왔던 국내 철강산업의 상하공정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상공정(조강 생산)이 부족해 우리는 지난해 기준 연간 약 6,500만톤에 달하는 제품(강재) 생산을 위해 무려 1.530만톤의 반제품과 소재성 제품(열연강판, 선재)을 수입했다. 2008년 전체 수입량 2,890만톤의 절반을 훌쩍 넘는 물량이 국내 공급이 여의치 않아 수입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철강 수입은 공급과잉인 중국이나, 전형적인 수출국인 일본과의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완충 역할이 오는 2012년 상하공정 불균형이 대부분 해소되는 시점이 되면 사라지게 된다. 그로부터 파급될 3국간, 또 세계 시장에서의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두 번째는 국내 판재류 주요 제품인 열연강판과 후판 시장에서 본격적인 시장경쟁 체제로의 전환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내 공급자가 각각 1개사씩 늘어나게 되고,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일본 철강사들도 기존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공급자 우위의 특성을 보이던 국내 철강시장을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뒤바꿔 놓을 가능성이 다분한 일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독보적 공급자로서 지위를 누려왔던 포스코부터 고객 중심으로의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객과의 밀착관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절실함이 바로 그러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음을 물론이다.
또 열연강판과 후판뿐만 아니라 냉연판재류나 봉형강류 시장에서도 중국의 성장은 비슷한 영향을 국내 철강시장 전반에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세 번째는 바로 유통 부문의 변화다.
우리는 2000년 이후 유례없는 철강시장의 시황 급변을 몇 차례 경험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 급증, 가격 상승은 물론 폭락 상황도 경험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통부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주요 철강 제조사들은 절감했다. 유통부문의 기능 강화와 역할 제고는 이제 철강사들에게 있어 피해갈 수 없는 중요 과제가 되었음이다.
더불어 전자상거래의 역할과 비중 증대도 유통 부문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 될 전망이다. 전문 업체가 아닌 철강 제조사의 B2B 거래는 더욱 비중이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에 전자보증의 확산은 물론 공동구매의 가능성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 국내 철강사들이 내수 시장을 지키고 수출 시장에서도 확고한 지위를 확보해야만 생존 가능한 시기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에 걸맞는 정중동(靜中動)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