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거래제도, 뾰루지 얼마나 더 커져야?
2009-10-12 박형호
올해 철근시장의 최대 화두가 되는 선 판매 후 정산 시스템은 철근 시장에서 암적인 존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연초부터 철근 가격에 불만을 품은 건설사들이 세금계산서 수취를 거부해왔고, 제품 판매가 먼저 이뤄진 후에 가격이 결정되는 거래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마치 도박을 하듯 다음 달 철근 가격을 사전에 예측해 제품 가격을 책정하거나 아예 가격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있고, 순간순간의 가격 소문에 따라 판매량까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현상을 보이게 됐다.
매월 제강-건설, 양 업계 간의 협상을 통해 철근 가격이 정해져 오던 모습조차 이제는 온데간데없고 8월 판매분 철근에 대해서도 1군 건설사를 중심으로 10월 8일 현재까지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개월에 걸쳐 세금계산서 수취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철근 거래 제도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여신 한도가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마다, 예를 들어 A 업체는 20억원, B 업체는 100억원 등으로 신용의 한도가 있고, 2개월치 구매 대금이 미납되면서 여신 한도는 이달 중순까지 대다수가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 한도가 모두 소진될 경우 최악에는 제강사들은 철근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곪아왔던 뾰루지가 커질 만큼 커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양 업계는 이번 달 중순이 철근 시장의 곪은 뾰루지가 터질 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10월의 경우 계절적인 성수기로 여름 비수기를 넘어 본격적으로 철근 수요가 회복되는 중요한 시기다.
이 같은 시기에 가격 및 대금 결제 문제 때문에 철근 시장이 파행으로 흐르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