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HR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

2009-10-14     정하영

자본주의 시장 논리상 통상적으로 제품을 사는 이가 갑의 입장에 서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중일 3국간 철강거래에서 최대 수입국인 한국이 그 지위를 누려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주요 철강제품에서 한국은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일본이나 중국 철강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열연강판과 후판 등이다. 특히 열연강판의 경우 최종 제품이 아닌 냉연판재류업체나 강관사들의 소재로서 국내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다.

반면에 중국은 열연강판의 생산능력이 현재 시점에서도 대략 6~7천만톤이 과잉되어 있다. 일본도 최소한의 가동률 확보를 위해서는 한국에 수출이 불가피하다. 양국에서 우리가 1년에 수입하는 열연강판은 대략 600~700만톤 정도 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3국 수출입 시장에서 갑의 위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력과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국내 업체들간의 대화와 협력이 부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이번 4분기 3국간 열연강판 수출입 계약 진행 상황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일본은 본격적인 협상을 앞둔 8월 10일경 자사 언론들을 이용해 4분기 대한국 열연강판 수출 오퍼가격이 600달러로 무려 100달러 이상 뛰어오를 것임을 보도했다.

한국의 주요 수요가들인 냉연사들의 재고가 충분치 않음을 파악했고 국제가격이 강세로 돌아선 점을 십분 활용한 언론플레이 성격이 깊었다.

하지만 이런 보도 직후인 8월말부터 중국 내 가격이 급전직하 약세로 돌아섰으며 중국 철강사들의 열연 수출오퍼 가격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일본 철강사들로서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4분기 냉연판재류 수요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가격은 크게 내려가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현재 상황으로 볼 때, 4분기 일본산 수입가격은 대략 530달러 내외에 마무리되고 있는 듯하다. 가격대로 봐서는 우리가 크게 밀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여전히 우리가 주도권을 잡지 못했음은 예전과 마찬가지였다.

국내 열연강판 시장은 내년 2분기 이후 상당히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현대제철 당진 C열연 가동과 동부제철 미니밀의 생산량 증가가 그 원인이다.

하지만 단순히 국내 공급여건이 호전된다고 해서 한중일 3국간 철강 수출입 시장에서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상대방 정보 수집, 그리고 적절한 분위기 조성(언론 플레이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근본적으로는 냉연사 뿐만 아니라 열연 공급업체들과의 더욱 긴밀한 협력체제가 선행되어야 열연강판 수입시장에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고 더 많은 실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