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비스와 수입시장 기상변화

2009-10-19     정현욱

최근 철강재 수입시장 기상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철강경기가 호황일 때만 해도 국내 수입 오퍼상들은 물량을 확보하고자 중국업체 앞에서 자존심까지 굽혀야 했지만 지금은 국내외에서 시장을 찾지 못한 중국 업체들이 적극적 수출 공세를 퍼붓고 있다.

물론 올해처럼 수요가 저조한 불황에는 셀러(seller)보다 바이어(buyer)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수출업체들의 행보는 간과할 수 없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중국 업체들의 서비스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는 것과 점차 완제품 유입이 증가하는 추세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철강재 수입제품 중 절반 이상은 열연강판과 후판이다. 지난해 열연과 후판 수입량은 전체 수입의 약 53%를 차지했다. 이는 조선, 건설업체 등 실수요가에게 직접 유입되거나 수입오퍼상, 유통업체 등을 거쳐 실수요가에게 판매된다.

지금까지 중국산은 두 가지 수입 통로에서 모두 일정 수준의 2차 가공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규격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고 비용 문제로 국내 유입 후 실수요가 요구에 맞게 절단 등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 주문을 받으면 직접 가공까지 마쳐 완제품 상태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같은 가격에 말이다. 고객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서비스다. 이 외에도 국내에 품질 클레임을 전담하는 직원을 파견하거나 전담 지사를 개설하기도 한다.

서비스가 좋아지면 수요가는 당연히 편해진다. 하지만 이는 국내 철강산업 전체로 보면 유익한 점이 별로 없다. 수입재 유통 시간이 단축되면서 국내 시황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더 커질뿐더러 가공단계에서 취업인력 창출 효과도 말살되기 때문이다. ‘제조’보다 가격에 좌우되는 장사 풍토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산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품질까지 점차 향상시킨다면 국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무리 내년부터 국내 열연, 후판 자급률이 높아지더라도 말이다.

세계적인 철강분석기관인 WSD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 열연강판 생산능력은 6,000만톤을 웃돌고 있으며 2012년까지 1억톤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수요는 한계가 있고 한국 수입시장은 축소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한 수입 오퍼업체 사장은 언젠가 기자에게 “밥그릇 앞에서 애국심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철강 제조업을 위해’라는 원론적 인식과 대응으로는 국내 시장을 지키기란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정현욱기자/hwc7@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