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설비투자, 더욱 신중해야 한다
2009-10-21 정하영
철강산업의 경우, 기초소재 공급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정부의 개입은 중장기적인 산업발전을 위해 꼭 필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정부의 판단 착오라는, 인적(人的) 정책 오류로 인한 철강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는 주장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상공정 투자를 공급과잉 우려로 상당 기간 불허해 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 철강산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현대그룹의 제철소 투자 계획을 불허하는 등 제대로 된 상공정 투자가 정부에 의해 제한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 효과를 일본에 내주었고 이는 사망 직전의 일본 철강산업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반대로 우리는 상공정 부족에 따라 조강자급률(조강/강재생산량×100)이 80% 초반까지 극도로 낮아졌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반제품과 소재성 제품(열연강판, 선재) 수입증가로 연간 수입량이 국내 강재 수요(명목소비)의 절반 정도인 3천만톤에 육박하게 되었다.
다른 측면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제한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공정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가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 동부제철의 미니밀 방식 열연강판 공장이며, 대한제강, 한국철강, 한국특수형강 등 활발한 전기로 투자들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상공정 투자에 의한 조강 생산능력 증가는 무려 2,400만톤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써 우리 철강산업은 상공정 부족이라는 지병을 치유하면서 좀 더 안정된 산업구조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한중일 3국 철강시장에서 우리나라가 해왔던 완충 역할이 사라짐을 의미하며 이는 3국의 세계 철강시장에서의 더욱 심각한 경쟁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국내 철강시장에서도 품목별로 더욱 경쟁이 촉진될 것이 분명하며 이는 지금까지와 달리 수요가 중심으로 철강시장을 변모시킬 것이 확실하다.
특히 정부의 시장개입 제한은 이제 시장 참여자들의 완벽한 책임을 요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참여 자체도 순수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하면 되지만 생존과 성장 역시 완벽하게 자신의 몫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과거 정부의 철강 산업정책에 따라 어느 정도 생존이 보장되던 시절은 완전히 지나갔기에 투자에 대한 더욱 신중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생존 역시 완전한 시장경쟁 하에서 모두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치열한 노력과 전략이 필요해졌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