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도 못 풀어주는 철근 유통 ‘속병’

2009-10-21     심홍수

최근 김연아 선수가 은반의 요정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40억원 규모의 빙상연맹 예산(이 가운데 피겨 스케이팅에 분배되는 것은 10% 정도로 알려졌다)에 등록선수를 모두 합쳐도 200명이 안 되는 상황에서 김연아 선수가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쓰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인프라도 못 갖춘 불모지에서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써가는 김연아 선수를 보며 팬들은 대리만족과 희망을 얻는 듯 하다.

얼마 전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는 피겨 역사상 최초로 여자 싱글 210점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지만 이 같은 김연아 선수의 쾌거를 돌아볼 겨를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철근 유통업계다. “유통업체들은 그럭저럭 버틸 만해도 ‘죽을 것 같다’며 엄살떤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최근 상황은 농담으로 넘기기엔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제강사와 건설업체의 철근 가격 힘겨루기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 지금 상황이라면 제강사의 요구대로 톤당 77만4,000원에 공급받아 건설사의 요구대로 톤당 69만1,000원에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는 가격 책정은 뒤로 미루고 우선 수요처에 출하부터 하고 있다는 것이 철근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 매출조차 집계되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유통업체의 자금 경색은 자칫 제강사에 대한 구매 감소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체와의 갈등으로 유통 판매 비중이 높아진 국내 제강사들은 유통업체들의 구매력 저하로 판매 실적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물론 제강사들에게는 건설업계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자승자박’이나 ‘소탐대실’이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심홍수기자/shs@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