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시기
2009-11-09 유재혁
신종플루가 무서운 점은 바로 자기 자신도 감염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불과 1년 남짓 이전인 지난해 9월에는 세계 경제가 정말 붕괴하는 것은 아닌지란 공포감도 상당히 컸던 것으로 기억난다. 지난해 9월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출발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인류에서 새로운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수출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길이 막혔고 세계 1위를 자랑하며 성장을 거듭하던 조선산업은 물론 자동차와 가전 등 거의 모든 국가 기간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철강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요 수요산업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고 연일 감산에 감산을 거듭했던 게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시기였다.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막연했던 공포감들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아시아 지역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발전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길로 부상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막연하기만 했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다소나마 제거되면서 그렇게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던 공포감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애초 예상과 달리 플러스를 기록하고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으며 내년 경제성장률도 상당히 호전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진 모습이다. 물론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상당한 시장 개선이 이뤄지는 건 맞는 듯하다.
대형 철강 제조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은 많이 높아졌고, 수익성도 3분기를 기점으로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요 공단 소재 중소 유통가공업체들의 상황은 그다지 달라 보이진 않는다.
하루하루 문 닫는 업체는 없는지 검사하는 일과로 시작해 현금성 자산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경영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라며 눈 크게 뜨고 경영자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제 계절도 늦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고 어느덧 1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가 언제나처럼 다가오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가동과 이 때문에 늘어난 생산량을 어떻게든 처리하고자 벌이는 무리한 판매 경쟁은 연말을 앞둔 업체들에 상당한 자금 압박을 불러올 우려도 커 보인다.
국내 경기 상황이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중소 철강업체들이 이를 느끼기에는 수요 시장상황은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옛말에 소나기는 피해 가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했다. 지금이 딱 그래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