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열연공장 경쟁력 걱정된다
2009-11-11 정하영
지난 7월 1일 첫 출하 기념식을 가진 이후 약 130일만의 일이다. 이로써 국내 철강시장에서 열연강판(HR) 공급사는 3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우리는 통상 솥발처럼 셋이 맞서 대립하고 있는 형세를 정족지세(鼎足之勢)라고 표현하듯이 3개 이상의 시장 참여자가 있을 경우,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진입했다고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국내 열연강판 시장에서의 동부제철 진입에 의한 3사 체제는 정족지세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적지 않다.
생산능력 기준으로 볼 때, 포스코가 2,700만톤, 현대제철이 830만톤(C열연 가동 감안), 동부제철 300만톤으로 그 물량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동부제철이 생산량의 약 절반 정도를 자가 소비할 계획으로 있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동부제철의 열연강판 시장 진입은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음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과연 동부제철 열연공장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생산 방식과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동부는 앞선 두회사에 비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동부의 열연 생산방식은 고로와 미니밀(TS/FR)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포스코, 현대제철과 달리 미니밀 방식 뿐이다. 미니밀은 철스크랩을 원료로 하는데 국내 시장에서 철스크랩의 자급은 아무리 빨라야 2020년대 중반은 돼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수급 상 철스크랩은 부족하다는 이야기고 그만큼 이를 확보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쉽지 않음은 물론 원가 측면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특히 스크랩중에서도 고급 스크랩을 다량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제품 측면에서도 미니밀 열연강판은 고로 제품에 비해 상당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동부가 열연강판 생산에도 불구하고 냉연 생산을 위해서는 원자재인 고급 열연강판 외부 조달이 불가피한 이유다.
미니밀 방식이 많은 개선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품종과 품질에서 고로 방식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동부는 낮은 투자비와 콘스틸 방식의 전기로 등 설비 자체의 경쟁력이 높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의 위안에 불과하다.
특히 포스코에 열연강판 구매대금을 장기 체납하는 등 업계 내에서의 신뢰 저하도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또한 계속 끊이지 않고 있는 그룹의 자금 부족과 산업은행 등 주채권 은행의 제조업 포기 요구설 등 안팎에서 떠돌고 있는 루머들은 정상적인, 그리고 적극적인 생산, 판매 활동에 적지 않은 짐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조기에 확실하게 차단할만한 여력이 동부에게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동부의 주력 제품인 냉연판재류 일부 거래처에서는 만일에 대비해 공급선을 복수로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여하튼 국내 열연강판 시장을 본다면 사상 처음으로 찾아온 진정한 경쟁체제 진입이다. 하지만 동부의 슬기로운 위기 극복이 전제되고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