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희망도 좋지만, 제대로 알려야 했다
2009-11-16 정하영
이 행사를 직접 주재한 그룹 김준기 회장은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여 여기까지 왔음을 강조했다. 더불어 기자들에게는 최고의 설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궁극적으로는 1천만톤 제철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업계에서는 진정으로 동부제철의 노고를 치하하는 분위기다. 그룹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또 미국 발 세계적 불황 속에서 건설해낸 공장이기에 충분히 치하 받을 만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냉연판재류라는 하공정 업체에서 열연강판이라는 상공정 부문으로 과감히 도전했고 성공의 첫발을 디딘 것은 세계 철강업계에서도 흔치않은 일이다. 이로써 국내 열연강판 시장의 공급자는 3개사로 증가하게 됐고 이는 일본, 중국과 더불어 본격적인 시장경쟁을 촉진하는데 기여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행사 준비와 홍보 측면에서 다소 부족했거나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발생했다.
첫째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생각 이상으로 큰 행사였으며 특히 정부와 정치권 등 업계가 아닌 외부 인사 위주로 진행이 됐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현재의 설비에 대해 과장된 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분명 전기로 방식 열연강판 생산기술(TS/FR)은 능력이 다소 부족한 회사가 투자비를 줄이고 컴팩트한 규모로 운용하기 위해 개발되고 상업화된 기술이다. 특히 철스크랩이 충분한 미국, 유럽 등지에서 경제성과 활용도가 높은 설비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상황이라고 단정 짓기 쉽지 않다.
따라서 고로 방식을 대체할 미래형 제철소라는 표현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요, 과장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세 번째, 김준기 회장은 동부제철을 1천만톤 제철소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당당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업계 및 금융계의 반응은 적지 않게 싸늘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현재 자력 구조조정을 선언하는 등 유동성 부족을 지적받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그보다는 지난번 선언했던 사재 출연의 구체적 방법, 그룹 구조조정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보도자료에서 아산만공장 부지를 165만㎡(50만평)이라고 설명한 것, 역시 정확히 그 사실을 밝혀야 할 사안이다. 바로 직전 공시된 투자설명서에도 105만㎡(32만평)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비록 열연강판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동부제철 앞에 놓인 시장 환경은 열연강판은 물론 냉연판재류 역시 경쟁 심화 등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활로를 열어가겠다는 방법과 의지를 밝히는 것이 더욱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홍보의 부적합 때문이었는지, 오비이락 격으로 한국기업평가는 준공식 이튿날 동부제철의 이번 투자가 단기적으로 기회유인보다 위험요인이 더 크다는 보고서를 냈다.
물론 이번 행사와 그 홍보 내용이 직접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왠지 다소 과장되고 왜곡된 홍보가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