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구조조정, 철강은 다르다

2009-11-18     정하영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국내 기업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과감한 사업정리 등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이 부실기업 회생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업종별로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기존 주력사업과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전략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및 철강 등 6개 주력산업에 대한 세부 구조조정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철강의 경우 주력해야 할 사업으로 경강선재, 기능성 철강재, 기능성 합금강 등을 거론한 반면, 연강선재, 중소구경 강관, 소형 봉형강에 대해서는 철수, 다시 말해 이들 사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이번 세미나는 구조조정이 부실을 도려내고 인력을 줄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기업의 역량과 대응 전략에 따라 기존 핵심사업의 확충 고도화, 한계 비효율 사업 철수,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유망 분야 진입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진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정부는 이러한 전략적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인센티브 패키지 등을 제공하는 일본의 산업재생법과 유사한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일본은 우량기업의 사업 구조개편을 지원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는 산업발전법 구조조정촉진법 등 부실기업 대상의 지원책에 집중돼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일반 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 주력사업 고도화 등 상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패키지형 지원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된 주요 산업별 구조조정의 필요성 및 그 추진 방법에 대한 의견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초소재로서 철강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중국 등 신흥국의 적극적인 진입과 공급과잉, 낮은 부가가치, 원가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중소구경 강관, 소형 봉형강 등에서의 철수를 주장했으나 이로부터 발생될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들 주요 철강재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파급되는 문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 소형 봉형강의 국내 수요는 철근만 1천만톤 내외에 달한다. 중소구경 강관 역시 300만톤에 달한다. 소형 형강을 합칠 경우 국내 수요는 1,500만톤 정도로 전체 내수의 1/4 수준이다. 만일 이들 제품을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경우 물량 확보 문제는 물론 수요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또한 강관의 경우 우리보다 먼저 유사한 환경에 처한 일본의 예를 보자. 마루이치강관(丸一鋼管)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중소구경 강관 전문업체는 여전히 강력한 가격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공정을 보유하지 않은 마루이치의 연간 매출은 120만톤, 2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률은  10%대를 유지해왔다. 대만과 중국,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까지 진출해 있다. 이런 좋은 사업에서 철수할 이유는 결코 없다.

문제는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을 뿐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