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초(超)경쟁시대의 생존 전략
2009-11-30 정하영
글로벌 불황 이후 세계 경제는 과거 사례로 볼 때, 경제 및 산업 분야에서 메가 트렌드(Mega Trend)적인 변화가 닥쳐 올 것이며 철강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불황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도 철강 시장은 여타 국가와 달리 여전히 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는 곧 친디아의 영향력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 철강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특히 그들의 공급능력 과잉과 발 빠른 시장대응 마케팅 능력은 세계 철강시장의 트렌드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철강산업 역시 여타 국가들과 조금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공정(Up-stream) 위주의 설비투자다.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가 그것이고 제품 측면에서는 열연강판과 후판에서의 시장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점이다.
상공정 투자는 국내 철강산업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인 낮은 조강자급률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며 이는 필수 수입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한중일 3국 철강시장에서 완충자였던 우리나라의 역할이 없어짐을 의미한다.
결국 한중일 3국은 수출 시장에서 더욱 첨예한 경쟁 관계에 돌입하게 될 것이 분명하며 이는 3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철강시장에서의 판매경쟁 격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국내 시장만을 놓고 볼 경우, 여전히 공급부족으로 판매자 위주의 시장 특성을 보였던 열연강판과 후판이 향후 공급초과와 공급자 수 증가로 전형적인 수요가 위주 시장으로 변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수요가 위주 시장으로 변모한 봉형강류와 냉연판재류, 강관과 더불어 철강재 거의 전 제품에서 진정으로 수요가가 왕인 시대가 도래 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상황이 될 것이며 주요 철강국들은 불황기 및 공급과잉 상황에서의 기본 마케팅 전략인 국내 시장 수성과 수출 증대라는 동일한 전략을 실행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곧 판매경쟁 격화와 통상마찰 재연이라는 세계 철강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표면화시키게 될 것이다.
여하튼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서둘러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유통시스템의 강화다.
국내 철강 유통업계는 포스코 판매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의 규모가 작고 구매선인 제조업체와 판매선인 수요가와의 밀착성이 떨어지며 대부분의 품목에서 난립과 과당경쟁 등 경쟁력 열위를 지적받아 왔다.
만일 앞으로도 철강 유통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제고되지 않는다면 다가올 초경쟁 시대에 우리 철강산업의 생존과 지속성장 가능성은 별로 긍정적이지 못하다.
유통부문의 규모와 경쟁력 등 시스템 강화, 그리고 제조업체, 그리고 수요업체와 밀착관계를 제고시키는 것 또한 우리 철강산업이 닥쳐 있는 아주 중요하고 큰 과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