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중국 Mill, ‘꽌시’는 옛말
2009-12-02 정현욱
특히, 국내 수입유통업체들이 주로 상대하는 중국 밀들의 판매 관리 기법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오퍼업체들이 중간 이윤(margin)을 만들어 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가 지적한 ‘똑똑해진 밀’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변된다. 첫째, 중국 제조업체들 생산이 과거 물량 위주에서 점차 주문 위주로 변화되고 있는 것. 아직도 중국 철강업체들의 맹목적 증산이 심각하지만, 과거에 비해 ‘머리’를 쓰는 업체들은 확실히 많아졌다.
공급 조절 노력으로 가격 결정권을 수요가 전적으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노력은 이제 아세로미탈과 같은 글로벌 철강사뿐 아니라 중국의 중소형 철강사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증산→공급증가→재고증가→가격 하락’ 악순환이 제조업체들에 절대 유리하지 않은 시황을 형성한다는 것을 간파한 밀들은 가격 하락 이전에 공급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판매 이윤 외 시세 변화와 재고 확보로 중간이윤을 창출해온 수입유통업체들은 시황을 전망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두 번째는 중국 밀들의 수요가 관리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체는 태생적 특성상 판매보다 제조에 더욱 무게를 두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잘 파는 것이 중요해진 것을 밀들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중국 밀들은 당사 제품을 잘 사 줄 수 있는 중간 오퍼상, 무역업체들을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확보하려고 사활을 걸고 있다.
즉, ‘ 꽌시’를 잘 구축해 놓으면 중국 사업의 절반은 성공한다는 말은 촌스러운 구태가 돼버렸다. 오히려 혹자는 ‘꽌시’보다 실사구시(實事求是) 논리가 중국인들의 특성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밀 하나에 국내 수입유통업체 다수가 매달려 있는 수입 구조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한 제조업체 제품인데다 어느 수입업체를 통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이마저도 고정된 것은 없다. 중국 제조업체 에이전트를 내세우는 국내 수입업체끼리 다투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나마 올해는 중국산 수입이 전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서 이 정도지만 중국산 수입이 다시 활개를 치면 결국 수입유통업체들은 제 살 깎기 식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적 팽창에서 점차 질적 향상을 꾀하는 중국 업체들의 재빠른 진화에 우리 수입업체도 대응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