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의사결정을 왜곡하지 말라!

2009-12-07     정하영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은 최근 수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2004년 수입관세 무세화로 실현된 시장 완전개방은 철강재 수입증가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철근에 대한 KS 인증을 획득하는 해외 철강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8년 이전까지 철근의 KS를 획득한 해외 철강사는 5개에 불과했으나 이후 8개가 늘어나 현재 13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11개, 중국 2개, 터키가 1개 순이다.

이들이 KS를 획득한 이유는 그야말로 단순하다. 우리나라에 수출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내 철근 시장은 앞으로 더욱 많은 공급자들 간에 경쟁이 불가피한 시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도 철근은 전형적으로 상업적 목적의 수입이 이루어져온 시장이다. 오죽하면 수요가인 건설사들은 공급자인 제강사들과 협상 시, 공공연하게 수입을 거론하고 있음이 이를 충분히 입증해주고 있다. 그만큼 전형적인 자본주의 논리가 실현되는 자유경쟁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철근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가 간의 갈등은 아주 심각해지고 있다.

갈등의 근원은 가격 결정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다름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제강사들은 정부의 가격 조정 개입이 사라졌고 특히 2004년 수입관세 무세화 후 오직 수급에 의해서만 가격이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건설사들은 원가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급에 의한 가격 결정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것에 원가주의를 도입하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를 포기하자는 것과 다름 아닌 주장이다.

물론 매점매석이나 폭리, 담합과 같은 비도덕적인 방법이라면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생산자가 비수기 판매량 감소, 재고 증가, 원료가격 급등과 같은 상황에서 생산량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위법으로 볼 수는 없다. 과연 어느 누가 팔리지도 않는 제품을, 그것도 비싸게 만들려 하겠는가,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오직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공산주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제강사들은 현재 겨울철 비수기를 앞두고, 또 재고가 증가하자 통상적으로 겨울에 실시하는 설비보수, 합리화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말했듯이 여러 가지 여건이 생산량 조정이라는 의사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년에도 그랬던 통상적인 경영, 마케팅 의사결정을 하면서도 건설사들의 비뚤어진 시각과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 이래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유지, 성장해 나갈 수 없다.

자신의 뜻과 이익에 반한다고 상대를 무조건 잘못으로 몰아가는, 더구나 자신의 어려움을 상대에게 투사(投射)하고, 이를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로 여기는 행동은 이제 그만두어야 자신들도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