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철강 비즈니스에 적응해야 한다
2009-12-09 정하영
특히 비즈니스 측면에서 철강은 신뢰와 계약 등 장기적 측면에서의 협력 관계를 첫 번째로 꼽아왔다.
그런데 중국이 세계 철강업계의 주류로 등장한 2000년 이후 중국 철강 및 무역업체와의 거래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철강 비즈니스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신뢰에 기반한 미국과 일본식 철강 거래, 특히 무역 거래관계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다시 말해 철강 무역거래의 경우 수출입 상담을 거쳐 계약과 최종 제품 인도에 이르는 기간은 짧아도 2~3개월이 걸린다. 그러므로 가격 변화기에는 성약 시점의 가격이 인도 시점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이런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계약 조건을 지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또 그것을 지켜오곤 했다.
하지만 중국 철강 및 무역업체들은 이러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가격 조정을 요청하는가 하면 심지어 계약을 포기, 취소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지난해 가격 폭등과 급락이 일어났던 시점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우리는 처음 이런 일을 당했을 때, 계약, 다시 말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쁜 사람이거나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거래방식이라며 혀를 내두르곤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누구인가? 그들은 곧잘 ‘세계 최고의 장삿꾼’으로 불리고 있다.
그렇게 인정받고 있는 중국인들의 거래 방식이 과연 우리의 인식대로 나쁜 것이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해버려도 좋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신뢰와 장기적 거래 관계를 중요시 하는 미국과 일본식 비즈니스와 임기응변적이고 유연성을 중요시 하는 중국식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일 뿐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중국인들은 세계 최고의 장삿꾼답게, 미래를 담보하는 계약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통상 계약은 두루뭉실하게 이루어지며 실제 이행 단계에서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에 더 익숙해 있다는 설명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런 유연성과 임기응변적인 거래 방식이 좀 더 시장 친화적이고 현실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까지 해본다.
여하튼 이제 중국은 세계 철강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거대 철강국으로 성장했다. 세계 철강시장이 중국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별반 틀리지 않는 상황이다.
원료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자신들이 계약주도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철광석의 60%를 수입하는 측면에서 이는 당연한 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으로 인해 철강 무역 방식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 흐름이다.
임기응변과 유연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철강무역에 빨리 적응하는 것도 변화를 선도하는 성공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