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철강산업,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2009-12-16     정하영

지난해 이맘때 우리나라는 미국 발 불황의 어두움에 몹시 긴장해 있었다. 약 10년 만에 IMF를 능가할 어려움의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됐으며 실제로 수요 급감과 가동률 급락 등 경제위축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여타 국가들보다도 상당히 튼튼하다는 점과 IMF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변화 되어 있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포트폴리오, 높은 수출경쟁력이 대표적으로 강한 기초체력이며, 특히 무일푼에서 현재와 같은 선진경제로 도약하게 만들어준 기업가 정신, 2천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 32%라는 낮은 국가 채무율, 92% 수준의 건전한 기업 부채비율 등이 또 다른 강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러한 강점들은 실제로 우리나라가 중국을 제외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극심한 침체를 벗어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모습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각 국 정부의 SOC 등 건설 위주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 인한 조기 회복이 더블     (Double Dip) 가능성으로 제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극단적으로 보았을 때, 세계 경제는 결국 금융으로 인한 부실을 실물인 제조업이 다시 활로를 열어주고 있는 양상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저력의 중심에 자동차, 전자, 조선, 그리고 철강 등 제조업이 자리 잡고 있음이 이번에 확실히 증명됐다.  

실제로 소재로서 산업 전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철강산업의 경우 미국 철강산업의 가동률이 40%까지, 일본은 50%대까지 떨어졌지만 우리는 70% 수준에 그쳤다. 이어 회복 시기도 단 2분기만인 올해 4월부터 점차 가동률이 올라가기 시작해 3분기에는 거의 정상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철강산업에 대해 특히 주목할 만 한 점은 위기 속에서도 과거 그 어느 때를 능가하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국마저도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해 대부분 투자를 지연하거나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를 포함해 대부분의 설비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해 왔다는 것은 실제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우리 철강산업의 투자액은 10조원이 넘고 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에도 무려 18조7천억원의 설비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진행되고 있는 투자가 대부분 그동안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상공정 부문에 집중돼 있음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철강산업은 전형적인 장치산업이다. 따라서 경쟁력은 곧바로 설비에 체화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철강신문은 2009년 철강금속 10대 뉴스 중 “위기 속에 기회 찾는 철강업계”로 정하는데 하등의 주저함이 없었다.

“대한민국 제조업, 철강산업 파이팅(Fighting)”을 가슴 깊이 외쳐본다.

정하영기자/hyjung@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