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황병일氏 “요리사 마음 갖게 된 철강맨”

교육수기 공모 최우수작 선정돼

2010-07-02     이주현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교육훈련혁신센터지원사업 참가자를 대상으로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수기공모에서, 현대제철 형강개발팀에 근무하는 황병일 씨의 교육수기 “요리사의 마음을 갖게 된 철강 엔지니어”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산업체의 인식확산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시행된 이번 공모에서는 철강협회 등 19개 단체가 운영하는 교육훈련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근로자와 관계자 64명이 응모하여, 최우수작 1명을 포함해 8편의 당선작이 선정되었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철강 연구원은 더 좋은 맛을 위해 노력하는 요리사와 같다는 황병일 씨는 철강협회의 교육을 통해 분석적 마인드와 살아있는 지식들을 배웠으며, 최상의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철강분야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황병일 직원의 수기 전문이다.

"요리사의 마음을 갖게 된 철강 엔지니어"

철강은 요리와 같다. 갖은 재료와 조미료들이 어떠한 비율로 어떠한 방법으로 섞이는지에 따라서 요리 자체가 바뀌고 또 같은 요리라 할지라도 그 맛이 달라지 듯 철강 역시 10가지가 넘는 성분들이 어떠한 비율로 또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강의 종류가 달라지고 또 같은 종류의 강일지라도 그 특성이 변하게 된다.

요리와 철강의 닮은 점은 이 뿐이 아니다. 요리사는 원하는 맛의 요리를 만들고 혹은 이전에 만들어진 요리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완성된 요리의 간을 보고 맛을 본다. 이 과정에서 요리사는 요리가 왜 이런 맛을 내는지 또 요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재료를 추가하고 어떤 요리 방법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파악하게 되고 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요리사가 좋은 요리를 할 수 있다. 즉, 맛을 보고 간을 봄을 통해 요리의 특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요리사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철강의 경우에는 제품을 분석하는 능력이 철강 엔지니어가 지녀야 할 핵심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이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또 그 제품이 왜 그러한 특성을 내는지 유기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상호간 확실하게 진행되어야 좋은 철강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여타 다른 산업의 제품군에 비해 철강은 순수한 철안에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합금원소들을 첨가하여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원하는 특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합금원소들이 제품 내부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철강에서 제품을 분석하는 능력은 제품의 품질과 직결되는 일이고 이를 잘 할 경우 원가절감은 물론 신제품 개발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난 철강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로 분석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또 이를 잘 하고 싶었는데 나에게 이러한 분석의 개념과 방향을 제시해 준 계기가 된 것이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지원 하에 철강 협회에서 진행되었던 분석 장비 교육이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협회에서 진행되었던 분석 장비 교육을 다녀왔던 것은 약 1년 여 개월 전이었다. 당시 신입사원으로 철강회사에 입사하여 제품개발 업무를 맡아 왔던 나는 회사 분위기와 업무에 적응을 하느라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제품개발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사원의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이것저것 열심히 하고 있었으나 항상 결과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항상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철강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팀의 팀장님으로부터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지원 아래 철강협회에서 진행하는 분석 교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꼭 참석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참석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에게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지원 아래 진행되는 철강협회 교육은 단순히 분석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을 넘어서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다양한 나이, 다양한 직급, 또 다양한 직군에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생각이 되었고 무엇보다 이미 그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쌓고 계신 연구소 혹은 학교의 교수님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교육을 참석하기 전부터 상당한 기대를 갖고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교육을 마친 후 그 효과는 처음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교육은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이루어졌으며 총 1박 2일간 진행이 되었다. 포항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기에 교육 시간 중 최상의 컨디션으로 교육에 임하고 싶었던 나는 오전에 일찍 포항으로 출발하는 대신 전날 미리 포항에 내려가 숙소를 잡고 강의 시간 30분 전에 강의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도착한 강의 장소의 풍경은 사뭇 긴장해있었던 나와는 달리 조금은 여유롭고 편한 분위기였다. 특히 강의장 한편에 준비 되어있었던 간단한 다과들은 미리 도착한 사람들 간에 편한 대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내가 제일 처음일 거라 생각하며 도착했었던 강의장엔 이미 몇몇 분이 도착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런데 분석 교육이기에 교육인원의 대부분이 나와 같은 신입사원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과는 달리 미리 도착해 있었던 인원의 상당수가 나보다 한창 선배들이어서 사뭇 놀랐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분석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지는 못하고 이었지만 이처럼 대선배들조차 분석에 대한 교육을 받기위해 이곳에 모였다는 생각에 분석의 중요성이 무의식중에 느껴졌다. 이번에 진행되게 된 강의는 SEM을 비롯하여 XRD, EPMA 등 다양한 강의가 진행되었고 나는 EPMA를 신청하여 참석하였다. 등록 후 받은 명찰에는 이미 신청했던 강의명이 기입되어 있었고 이 명찰을 통해 나와 함께 강의를 들을 사람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명찰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정말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 마치 내가 회사를 대표해서 교육에 참석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직은 어색하기에 처음부터 직접 대화는 하지 못하고 주변에 서서 사람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이번에 EPMA 강사 분이 이 분야에서는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하기에 문득 교육에 참석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는 오전에 강사님으로부터 EPMA에 관한 이론을 비롯하여 응용예 및 강사님의 실제 경험담을 듣는 시간을 가진 후 오후부터는 JEOL사의 기술자로부터 직접 장비에 관한 실습을 하고 시편을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갖는 순서로 진행 되었다. 교육의 전반적인 프로그램이 모두 유용하고 도움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지만 특히 오전의 강의는 정말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강의 중에 진행 된 이론적 내용들과 실례들을 여기에 직접 기입하지는 않겠지만 전문가로부터 듣는 이론 강의와 EPMA를 통해 분석했던 여러 난해한 문제들을 들었을 때 강사님의 내공과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러한 분을 만나게 되었단 사실에 교육에 참석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강사님이 직접 해결하셨던 여러 실례들을 들었을 때 제품에 있어서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고 철강 엔지니어에게 있어서 분석하는 기술, 아니 분석의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앞으로의 철강 엔지니어로써의 나의 삶에 있어서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시작하는 신입사원 철강 엔지니어로써 이처럼 분석적 마인드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강의 시간 내내 자칫 간과할 수 있었던 분석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며 오전의 강의를 마치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 오후부터는 실제 장비를 가지고 장비 작동법을 비롯하여 분석 방법 등을 직접 실험하게 되었다. 장비는 포항공대 철강대학원의 JEOL사 EPMA를 사용하였는데 회사 못지않은 철강대학원 장비들에 사뭇 놀랐다. 교육은 JEOL사의 엔지니어에 의해서 진행 되었고 장비의 각각 명칭에서부터 작동법 다양한 분석 모드에 이르기까지 쉽게 설명해 주셔서 나같이 EPMA를 많이 접해 보지 못했던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실습을 진행함에 있어서 철강대학원에 계신 분들도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실습 중간 중간 휴식 시간에 간단히 즐길 수 있도록 다과를 준비해 주셨다. 또 직접 분석을 해보고자 샘플을 준비해 왔는데 샘플 상태가 좋지 않아 연마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장비 사용을 도와주셔서 참 감사했다. 오전 강의에 이은 오후의 분석 시간 역시 직접 시편을 가져와 분석 해보고 결과도 공유하며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실습을 통해 회사에 돌아가서 EPMA 분석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는 함께 교육을 받았던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목을 다질 수 있었는데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교육의 장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교류의 장을 만들어 준다는 데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러한 교육이 아니었다면 나와 같은 신입사원이 다른 회사의 다른 직군의 사람들과 철강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언제 가질 수 있을까? 하며 문득 교육을 진행하는 노동부 및 산업인력공단 그리고 철강협회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둘째 날에는 전날 분석했던 결과들을 가지고 좀 더 자세히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기타 장비에 대해 미처 질문하지 못했던 사항들에 대해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지며 1박2일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둘째 날의 경우 일정을 마무리하며 교육생에게 수료증이 나왔는데 수료증을 받으니 앞으로 EPMA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과 같은 뿌듯한 기분을 가질 수 있었고 또 이를 통해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교육생을 여러 면에서 생각한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1박2일의 교육을 통해 배웠던 여러 기술들과 지식들은 사실 EPMA를 전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입장에서 많이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얻게 된 분석적 마인드와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게 된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여러 산지식들은 지금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철강 엔지니어로써의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처럼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의 지원 아래 철강협회에서 진행 된 분석 교육을 통하여 좋은 품질의 철강 제품을 얻기 위하여 지녀야 하는 분석적 마인드에 대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회사에 돌아와서도 그러한 마인드를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1박2일의 분석교육을 맞추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 자주 찾는 식당에 들려 식사를 하였다. 그 식당은 오랜 시간 한결 같은 맛으로 단골손님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다. 가끔 한결 같은 맛을 내는 비법을 물어보면 식당 아주머니는 비법은 요리 후 맛을 보는 자신의 혀에 있다고 하신다. 맛을 보고 맛이 떨어지거나 달라지면 필요한 재료를 추가하거나 조리법을 바꾸어 한결같이 맛있는 맛을 낸다고 하신다. 문득 철강은 요리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품을 분석하고 분석 후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여 계속해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철강 연구원은 더 좋은 맛을 위해 노력하는 요리사와 같다. 그래서 정확하게 맛을 보는 자신만의 혀를 무기로 한결같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단골 식당의 아주머니와 같이 나도 나만의 분석 노하우를 가지고 내가 개발하는 제품을 최상의 품질의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철강분야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다.

회사생활이 2년이 되어가면서 문득 문득 힘이 들 때도 있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에 겪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신입사원 시절 1박2일의 분석 교육에서 느꼈던 그리고 다짐했던 마음가짐을 회상하며 매 순간을 이겨내는 힘을 얻고 있으며 나아가 더 좋은 철강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이처럼 철강 엔지니어로써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힘을 주었던 분석교육과 같은 교육이 더욱더 많이 생성되기를 바라면서 그러한 교육을 운영해 주는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 그리고 철강협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