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수요에 대한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요즘 들어 시황을 판단하거나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다.
하루하루가 변화의 연속이요, 변수도 너무나 많다. 어떻게 보면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물론 국내 철강 수급지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큰 폭은 아니더라도 꾸준한 증가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철강협회의 수급전망 자료를 보더라도 상반기에 생산과 내수 모두 5~6% 대의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경기는 오히려 상당부분 경색됐다고 판단된다. 수출도 늘고 수입도 줄었지만 시장 관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별로 좋지 않다.
그 원인은 국내 철강시장이 해외에 과도하게 개방된 것, 경쟁 심화와 수요가 우세 시장으로의 변화, 품목별로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양극화 현상 심화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더불어 정보화의 신속성이 진전되면서 일시적인 ‘쏠림’ 현상이 일반화된 것도 큰 원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내 가격 인상 예측에 대응한 수입 확대 현상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가격 인상 설이 확산됐지만 정작 인상은 4월 말에야 확정, 발표됐다. 이 사이 가격 상승을 기대한 수입물량 증가로 인해 시중 재고가 넘치면서 장기간 불황이 지속됐다고 볼 수 있다.
하여튼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재고 소진이 꾸준히 이루어졌고 그동안 침체의 큰 원인이었던 건설부문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9월부터 시황은 본격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기대는 8월 초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면서 회복 전망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유럽 각 국의 재정 불안에다 일본이 대지진 이후 철강 특수보다는 당분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도 부정적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국내외 철강시장에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역시 중국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서도 매월 조강 생산량 신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재고는 최근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 원인으로 중국야금보는 고정자산 투자 증가가 철강재 소비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1~6월 고정자산투자증가율은 지난해 연간 23.8%보다 높은 무려 25.6%를 기록했으며 이것이 철강재 소비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바오산강철이 5월 이후 처음으로 열연강판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으며 우한과 안산강철도 뒤따를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수요는 철강 및 비철금속 등 소재산업이 근간이다. 수요가 뒷받침되면 만사형통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중국의 수요를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우리에게 있다.
보론강 문제, 원산지 위조, 형강, 컬러강판 등의 품질 문제 등 수입 중국산으로 골치만 앓을 것이 아니라 7억톤의 1%만 더 확실하게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 있다면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