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도 가격, 기준으로서 의미를 되찾아야
2011-11-02 에스앤앰미디어
그 가운데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바로 ‘가격’이다. 지난 5월 포스코의 공장도 가격 인상 이후 기준(List 또는 Base) 가격이라고 불리는 공장도 가격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해 버렸다. 거의 전 제품에서 유통가격이나 실수요가의 최종 구매가격은 공장도 가격 이하로 전락(轉落)했다.
공장도(List, Base) 가격은 단어 그대로 생산 공장에서 출하되는 가격이다. 유통업체들의 경우 이것을 기준으로 운반비와 적정 이윤을 포함해 판매가격을 결정한다. 따라서 최종 제품 판매가격은 공장도 가격에 대략 10% 정도 더해진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철강재 판매 가격은 공장도 가격에서 오히려 상당히 내려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어떤 제품의 경우 공장도에서 무려 20~30%까지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격이 가능하고 실제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생산업체의 공급가격이 공장도 이하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 스스로 공장도 이하에 공급한다는 것은 기준 가격으로서 공장도 가격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의미가 되고, 스스로 가격체계를 혼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로트(Lot) 할인이라고 해서 단일 규격에 대한 대량 주문의 경우 높은 생산성 등에 따라 상당히 저가에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대량 주문 수요가에 대해 적정 수준의 할인을 해주는 것은 경제 논리상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아예 공장도 가격 이하로 제품을 출하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인 상거래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제조업체 스스로 시장의 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비난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다.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저가 수입재와 판매경쟁 심화로 인해 할인 판매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저가재가 이미 유통 시장에서 상당부분 자리를 잡은 제품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거의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과연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어도 무방한가 하는 문제다.
답변은 물론 ‘아니다’. 공장도 가격은 기준 가격으로서, 특히 거래 행위의 정상화, 투명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유통업체들이나 실수요가 모두 내가 합리적인 구매, 또 판매 행위를 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경쟁업체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하지 않았는지, 또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했는지 모두가 불안하게 된다. 이래서는 상호 간에 불신만 커지게 된다. 당연히 시장은 안정되기 어렵다.
현재 국내 철강시장에 불안감이 팽배한 첫 번째 이유는 물론 경쟁 심화 때문이다. 하지만 공장도라는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도 적지 않은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서둘러 합리적인 수준으로 공장도 가격을 조정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