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傾聽)·배려(配慮)·긍정(肯定)이 필요하다
2011-11-16 에스앤앰미디어
철근 가격에 대한 양측의 팽팽한 대결과 신경전을 대변하듯 이미 지난 9일 1차 회합이 무산된 후 재차 지식경제부의 주선으로 마련된 자리다.
이번 비상설 철근 가격협의체는 지난 10월 5~6일 국토해양부 주관으로 갑자기 개최됐던 철근 가격 중재 회동이 수요, 공급자는 물론 여타 관계자, 언론사 등에 의해 부족한 점이 지적받으면서 탄생하게 됐다.
지식경제부가 양측의 대화, 협상 채널을 구축해 이견(異見)과 분쟁(分爭)을 조정, 해결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지경부는 반복되는 철근 거래 중단 사태를 예방하려면 환율, 철스크랩 가격, 전기요금 등 주요 원가 요소를 반영해 매월 초 철근 가격 조정 여부와 폭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물론 지경부의 협의 방식 일괄 가격 조정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급사인 제강사마다 수입 철스크랩 투입 비중이 달라 제조원가가 다른데 일괄 결정은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 담합에 대해 엄격한 기준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공정위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반대 이유다.
하지만, 이미 막장을 향해 치닫는 철근 시장에서의 분쟁을 해결하려면 현재로서는 그나마 지경부가 내놓은 방안이 최선이라면 최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비상설 철근가격협의체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2~3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 격(格)이 맞는 협의체 구성이 되어야 한다. 지난번 국토해양부 중재회의에서도 그랬듯이 공급자 측은 대형 3사의 판매 책임임원이 참가했지만 건설사들은 중견 건설사인 건자회 회원사 임원들이 참여했다. 거기에다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중견 건설사 구매담당 중견관리자(차과장급) 모임으로, 이미 공정위에 의해 시정명령을 받은 단체인 건자회 회장이 건설사 대표로 참여한 것은 아무래도 격이 맞지 않았다.
공급사들도 비슷한 모임을 만들면 되겠지만, 공급사 측은 어떠한 형태로든 모임을 만들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설사들도 격을 맞추고자 자신들이 양보해야 한다. 그리고 대형 건설 3사의 구매책임자가 참석해야 마땅하다.
두 번째는 무엇보다 과거처럼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만을 되풀이해서는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 함께 가야 할 동반자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진정성이 꼭 필요하다.
요즘 유치원에 입학한 5~6세 어린이들에게 처음 가리키는 것이 경청(傾聽)과 배려(配慮), 그리고 긍정(肯定)의 마음이다. 바로 철근 가격협의체 협상 참가자들에게, 그리고 관계자들에게 꼭 필요한 사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