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과잉,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2-02-06 김덕호
철강산업 특히 강관산업의 성장도 이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고도성장시기의 마인드가 21세기까지 이어진 결과인지 업체들의 설비 증설은 쉴 새 없이 이뤄진다.
연간 강관 수요량이 300만~400만톤에 맴도는 현실 속에서 업체들의 증설이 지속된 결과 생산능력(공칭)은 1,000만 톤을 훌쩍 넘기고 있다.
생산능력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결과를 낳자 국내 강관업체의 체질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수출이 늘고 있다. 설비를 돌리려면 내수시장을 벗어나는 것이 필요했고 이에 업계의 수출 드라이브가 가속화 됐다.
그 결과 한국 철강협회의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수출량이 104만톤이었던 데 반해 2011년 수출량은 240만톤을 돌파했다. 설비증설 증가율보다 수출량이 월등히 앞선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수출품목도 대구경 후육강관, 중소구경 유정관, 중·대구경 송유관 등보다 고부가 제품군으로 이동 중이다. 내수시장에 만족해서는 진출할 수 없는 시장이며 “힘들다 힘들다”하면서도 설비투자를 지속한 결과다. 설비를 매각한 업체는 없다.
내수시장의 ‘생태계’도 변하고 있다. 금성스틸과 같이 컬러강관에 설비 가동을 특화시키는 업체가 생겨난 결과 컬러강관의 시장가격은 뚝 떨어졌다. 에이스스틸과 금성스틸이 수입산 원자재 이용을 높여 가격경쟁력을 갖춘 결과 구조관 업체들의 원자재 매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 졌다.
포스코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고 가격도 저렴해 졌다. 반면 경쟁은 점차 심화돼 1980~2000년 정도까지 이어지던 구조관 업계의 카르텔은 무너진 지 오래다. 한진철관의 경우 신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생산품목을 더 늘린다. 타 업체들의 품목을 잠식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분명히 국내 수요는 한정됐고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없다. 또한, 세계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점진적으로 대응하고 도전한다면 더욱 큰 신시장의 개척과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