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 자율 = 전력 사용 제한?

2012-05-16     박형호
  최근 전기 때문에 산업계가 시끄럽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안 제출 소식과 함께 정부가 여름철 전력 수급을 걱정해 산업계를 대상으로 사용 제한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청 과정에서 ‘자율’과 ‘강제’라는 섞일 수 없는 용어가 함께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는 에너지 다소비 14개 업종 대표들을 모아 놓고 여름철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산업계의 동참이 필요하다면서 ‘자율적’으로 절전에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부탁은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거나 맡기는 것이고, 당부는 말로 단단히 부탁하는 것이며, 요청은 필요한 어떤 일이나 행동을 청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동참 유도 과정에서 말은 ‘자율 참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강제성을 띤 언급이 전달된 점이다.

  이 날 참여한 에너지 다소비 업종 몇몇 대표들에게 확인한 결과, 철강업계와 주물업계는 정부의 뜻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자동차와 조선업계의 경우 “노조와 협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 다른 업종 대표들도 실질적으로 동참하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정부 측은 협조를 하지 않으면 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협조 차원에서 동조를 요청한 것이며, 사실상 협조가 되지 않으면 규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즉 이번 전력 사용 제한은 단어의 의미가 모순되는 ‘강제적 자율 참여’를 요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다. 건의사항과 질의응답 시간에도 형식적인 시간만 가졌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 간담회 참가자들의 반응이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산업용 전기 요금을 가장 많이 올려야 하는 이유와 한전이 요금 인상을 발표 시 원가 회수율을 책정하는 기준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철강업계의 질의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전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 예비전력 확보를 위해 이 같은 노력을 펼치는 정부의 노력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또한, 전력 사용 제한 때문에 인센티브를 얻으며 실제로 득실을 계산해 이득을 예상하고 있는 업계도 있다. 그러나 ‘자율’을 가장한 ‘강제’적인 압력은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칼’을 쥐고 있다는 구설수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